[이성필기자] 올 시즌 프로축구 평균 관중 1위(2만3천366명)를 달리고 있는 수원 삼성의 홈구장은 원정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수원 팬들을 리드하는 서포터 '그랑블루'의 응원이 12번째 선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원은 지난 3월 4일 부산 아이파크 개막전 1-0 승리 이후 홈에서만 9승1무로 패가 없다.
오죽하면 지난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는 FA컵 4강을 앞두고 구단 마케팅팀을 수원 응원단 속으로 침투(?)시켜 응원가를 녹음해 훈련 중 틀어놓았다. 실전과 같은 느낌에서 해보라는 것이다.
그 이후 제주는 수원 원정을 앞두고 응원가를 틀어놓고 훈련하는 방법을 유지 중이다. 지난 6월 17일 경기에서 1-1로 비기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주의 사례를 뒤늦게 알게 된 경남FC도 8일 수원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라운드를 대비해 같은 방법을 썼다. 경상남도 함안군 함안공설운동장에서 수원의 응원가를 틀어놓고 훈련을 했다.
응원가를 틀은 훈련 첫날인 지난 4일, 선수들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경남 관계자는 "선수들끼리 이게 과연 효험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오히려 훈련장 주변에 근무하는 이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응원 소리가 너무 커서 그만 좀 해달라는 항의가 들어와 5일을 마지막으로 훈련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진한 감독은 "수원 원정이 워낙 어려우니까 선수들에게 한 번 적응 차원에서 해보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역설적이게도 경남은 최근 3년간 수원 원정에서 2승으로 강했다.
그렇다면 서포터 그랑블루의 응원가는 어떻게 녹음했을까, 간단했다. 굳이 수원 팬 사이에 파고들지 않고 해결했다. 경남의 영상을 제작하는 업체에서 10분 만에 음원을 제작해 보낸 것이다. 수원의 경기 영상에서 응원소리만 따서 편집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경남은 응원 소리에 위축되지 않고 전반 14분 김인한의 골을 시작으로 추가시간 까이기, 후반 6분 김인한의 골로 수원을 흔들었다. 경남의 열정에 수원 팬들은 뿔이 났다. 윤성효 감독을 향해 경기를 똑바로 하라며 분노의 구호를 외쳤다. 0-3 패배가 결정되자 "정신 차려. 수원!"이라고 외치며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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