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김시진 넥센 감독의 '볼넷 경계령'이 끊이지 않는다. 팀이 단독 4위를 지키는 가운데 본격적인 4강 경쟁에 돌입한 시기라 마운드를 바라보는 김 감독의 눈이 더욱 매섭다.
김 감독은 평소 투수들에게 볼넷을 경계하라고 수없이 강조해왔다. 볼넷을 내주면 투수 본인은 물론 야수들의 흐름까지 끊을 수 있어 경기 전체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넥센은 올 시즌 팀 볼넷 312개로,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300개가 넘는 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 투수가 절반이 넘는 195개를 내줬고, 구원진이 볼넷 117개를 기록했다. 볼넷을 가장 많이 내준 투수는 강윤구로, 피안타(44개)와 비슷한 수준인 41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밴 헤켄(37개)과 김영민(36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목동 KIA전 선발 투수였던 김영민의 볼넷을 언급했다. 김영민은 이날 5이닝 동안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4승(3패)째를 챙겼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영민의 투구는 35점이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유는 볼넷 5개에 있었다. 거의 매 이닝 위기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막은 것에 대해서도 "상대 타자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 "오죽하면 방송 인터뷰에서 투수들 정신 차리라는 말을 했겠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팀 전체를 통솔하는 김 감독이 매서운 채찍을 가한다면, 투수들을 직접 관리하고 조련하는 정민태 코치는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며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애쓴다. 정 코치는 볼넷에 비해 적은 실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넥센의 시즌 실점은 총 298점으로, 6위다. 한화가 가장 많은 380점을 내줬다. 정 코치는 "위기관리 능력도 실력이다. 실점 없이 막았다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타자를 이겼다는 것 아닌가. 좋은 공을 갖고 있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아 고전했다는 의미다"고 격려했다.
이어 정 코치는 "심리적인 문제다. '또 볼이 나오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압박을 받는 것이다. (7일 경기에는) 김영민이 하도 볼넷을 주길래 마운드에 올라가 '볼넷 줘도 괜찮으니 그냥 던지라'고 했다. 자신 있게 던져야 힘 있는 피칭이 나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껌을 씹는 김영민에게 던지는 충고도 김 감독과 정 코치는 마치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처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은 "긴장감 해소를 위해 껌을 씹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와인드업을 한 뒤에는 입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입을 움직이면 초점도 흔들린다. 안 그래도 호흡이 가쁜데, 껌 때문에 입까지 움직이면 더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의 쓴소리를 김영민이 더 잘 새겨들을 수 있도록 정 코치는 이해심으로 격려를 해준다. "투수는 타자를 압도해야 한다. 껌을 씹는 모습이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마운드에서는 필요한 모습이다"라면서 김영민을 다독였다.
김 감독이 채찍을 들면 정 코치가 뒤에서 감싼다. 통산 124승을 남긴 김시진 감독이 앞에서 이끌고 마지막 토종 20승 투수 정민태 코치가 뒤에서 미는 넥센 마운드는 '철통 보안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영민은 "감독님과 코치님의 말씀대로 볼넷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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