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한 성장통일까. '슈퍼소닉' 이대형(29)이 데뷔 이래 가장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대형은 최근 몇 년간 LG 트윈스 부동의 톱타자였다.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내야를 휘젓고 다니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한때 이대형의 유니폼을 보면 그 날 경기 LG의 승패를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이대형의 유니폼이 더러울수록 그가 출루해 뛰어다니며 슬라이딩을 많이 했으니 LG가 이길 확률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2007년 타율 3할8리에 53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톱클래스 외야수로 올라선 이대형은 2010년까지 4년 연속 50도루(53-63-64-66) 이상을 기록했다. 1998년~2001년 정수근(당시 두산)에 이어 두 번째로 도루왕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어깨, 복사뼈 부상에 시달리면서 타율 2할4푼9리 34도루로 주춤거렸던 이대형.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팀에 부임한 김무관 타격 코치와 함께 타격폼 수정 작업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상체에 고무 튜브를 감고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고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성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신인급이 아닌,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는 선수가 타격폼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자신만의 타격폼이 몸에 익어 있기 때문이다. 이대형도 그랬다. 시즌 내내 1할대 타율에 머물고 있다.
이대형은 올 시즌 벌써 두 번이나 2군행을 지시받았다. 지난 5월24일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간 이대형은 열흘 뒤인 6월4일 1군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 후에도 32타수 5안타(1할5푼6리)의 부진을 보이자 6월21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간 뒤 지난 5일 1군에 돌아왔다.
1군 선수로 자리잡은 이후 이대형이 부진을 이유로 2군으로 내려간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부상 때문에 휴식과 컨디션 조절차 2군에 다녀온 적은 있었다. 그만큼 이대형에게 올 시즌 두 번의 2군행은 충격이었다. 그를 지도했던 김무관 코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연습 때 나오던 타격이 경기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도 이대형이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즌 초반 이대형과 박용택을 번갈아 1-2번 타순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은 어그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대형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1군에 복귀한 이대형을 3경기 연속 선발 '톱타자'로 출전시키고 있다.
이대형은 7일 두산전에서 6타수 1안타(2루타)를 기록한 이후 8일 두산전에서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올 시즌 타순 변동이 많은 편인 김 감독이지만 이대형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다. 10일 삼성전,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대형은 5타수 2안타 2도루를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다.
10일 삼성전은 이대형이 자신의 진가를 오랜만에 보여준 경기였다. 선두타자로 등장해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어김 없이 베이스를 훔쳤다. 이대형이 만든 찬스가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삼성 내야진은 '주자' 이대형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대형은 11일 현재 타율 1할8푼5리 8타점 15도루를 기록 중이다. 여전히 자신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타격폼의 수정, 부진에 의한 들쑥날쑥한 출전 기회 등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많다. 그러나 프로는 성적으로 말할 뿐이다.
LG의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6연패 뒤 2연승, 그리고 또 5연패를 당했다. 공격의 물꼬를 터줄 톱타자의 부재도 여러가지 부진 이유 중 하나다. 성장통을 딛고 한 단계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이대형이 가는 길에 따라 올 시즌 LG의 성적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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