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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뜨거웠던 1세대 팬덤을 향한 헌정사


신원호 PD "'빠순이'는 문화의 중요 주체"

[권혜림기자] 또 하나의 복고 콘텐츠가 안방을 찾아간다. 오는 24일 첫 선을 보이는 tvN '응답하라 1997'이 그 주인공. 지난 2011년 극장가를 달군 영화 '써니', 2012년 상반기 스크린을 장악한 '건축학개론', KBS 2TV 드라마 '사랑비' 등에 이어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로 흥미를 예고하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H.O.T와 젝스키스라는 아이콘으로 대변되던 당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H.O.T 광팬 시원(정은지 분)과 순정파 훈남 윤제(서인국 분), 꽃미남 준희(호야 분), '에로지존' 학찬(은지원 분) 등 부산 출신 고등학교 동창생 여섯 명이 2012년 33세가 돼 서울에서 다시 모여 추억 여행을 떠난다. 이들 주인공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구성과 반전을 선보이며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1997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정감있는 사투리는 물론 섬세하게 재현된 당대의 문화로 공감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인기 가요들, 의상, 유행어 등을 그대로 고증해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정은지와 서인국, 호야 등 경상도 출신 배우들은 평소 사용하던 부산 사투리를 살려 실감나게 대사를 소화했다.

◆희고 노란 풍선밭…H.O.T와 젝스키스 팬들도 등장

12일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당시 유행했던 아이템들을 깨알같이 비추며 폭소를 예고했다. SES의 바다를 흉내낸 정은지의 헤어스타일, 은지원이 푹 빠져 있는 도색 잡지들, 가정용 DDR까지 등장해 향수를 자극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의 콘셉트는 실제 1990년대 아이돌 가수 팬들의 응원 문화를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에 초청된 H.O.T.와 젝스키스의 실제 팬들은 흰색과 노란색 우비를 차려입고 제작발표회장에 들어섰다. 당시 H.O.T의 팬들은 흰색을, 젝스키스의 팬들은 노란색을 고유 응원색으로 지정해 스타의 상징으로 삼았다.

실내를 채운 '응답하라 1997'이 적힌 흰색과 노란색 풍선들은 당대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응원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제작발표회장 한 쪽을 장식한 '위트가이 문희준 무드가이 토니 H.O.T 포에버'가 적힌 현수막 역시 실제로 1990년대 공개방송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던 모양새였다.

연신 흘러나온 H.O.T의 노래들과 자자의 '버스안에서',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 등도 향수 가득한 드라마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날 정은지는 당시 인기를 끌었던 리아의 '눈물'을, 서인국은 사준의 '메모리즈'를 직접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신원호 PD "'빠순이'는 문화의 중요 주체"

'응답하라 1997'은 주인공 시원을 중심으로 1세대 팬덤 문화를 극의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으로도 눈길을 끈다. 당시 팬덤은 1990년대 대중 문화 연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하나의 문화였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신원호 PD는 "과거 복고 콘셉트의 배경으로 다뤄진 것은 주로 1970년대나 1980년대였다"며 "1980년대를 추억하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1990년대를 추억할 만한 사람들이 문화의 주 소비계층으로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 PD는 "(드라마의 배경인) 1997년은 상징적으로 현재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 번도 1990년대의 주인공을 제대로 다룬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경 설정 의도를 설명했다.

극중 시원은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소위 '빠순이('오빠'와 '순이'의 합성어)'다. 신원호 PD는 "대중문화의 중요한 주체 중 하나가 빠순이다. 음악을 듣고 사는 이들이 소비를 해줘야 문화가 돌아가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전반적으로 한심하다는 시선 때문에 (팬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팬 활동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H.O.T와 젝스키스 등 톱스타들의 팬덤은 일차원적 스타 소비를 넘어 조직화된 팬문화를 창조하며 새로운 대중 문화 현상을 만들어냈다. 각종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거나 스타의 이름으로 선행을 실천하는 등 현재 진보한 팬문화의 기저에는 1세대 팬덤 문화의 뿌리가 있었다.

이는 호야가 속한 그룹 인피니트의 팬들이 10여 년 전 H.O.T에 열광했던 이전 세대 팬덤과 교감을 나눌만한 지점이기도 하다. 당시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출신 은지원과 2010년대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인피니트의 호야가 한 작품에서 친구로 등장하는 것도 자못 흥미롭다.

이쯤 되면 '응답하라 1997'의 호명에 고개를 돌릴 이들은 '오빠'를 보기 위해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던 전설 속 팬덤 1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20대 후반 혹은 30대가 된 이들에게, 시대를 농축한 이 드라마는 차라리 뭉클한 헌정사에 가깝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가 이직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30분 분량의 에피소드가 한 회를 이룬다. 오는 24일 밤 11시 첫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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