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권호(40)는 한국 레슬링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48㎏급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4년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54㎏급으로 체급을 올려 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올림픽 개인 종목 2연패의 주인공이 바로 심권호다.
정지현(29)은 심권호의 대를 이을 레슬링 간판스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0㎏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심권호에 이어 한국 레슬링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8강에서 아쉽게 패하며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다시 2012 런던 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민 정지현에게 심권호가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한다. 지난 올림픽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은 후배가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선배의 진심어린 마음이다. 정지현은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 될 이번 런던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노리고 있다.
지현이에게.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는 잘 하고 있니. 지금이 가장 불안할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너이기 때문에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올림픽은 실력 말고도 운도 따라야 하는 무대란 것은 너도 잘 알 거야. 너한테는 2004년 아테네 금메달 이후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는 힘들었던 과거는 생각하지 말고 가진 기량만 전부 발휘하고 오길 바란다.
벌써 세 번째 나가는 올림픽이구나. 내가 지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원 없이 싸우고 오라는 말이다. 베이징에서는 후회할 여지를 남겼었잖아. 이번에는 실수 없이 후회할 여지를 남기지 말고 와라.
2004년 아네테 올림픽. 너는 대학생이었고 나는 트레이너로 참가해 올림픽을 함께 치렀지.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네가 큰 부담을 갖지 않게 하려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줬던 것이 기억난다. 그 땐 금메달을 땄던 네가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다. 이번에도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거야.
형보다 결혼 먼저 한다고 혼내줬더니 벌써 둘째가 생겼더라.(정지현은 둘째의 연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둘째한테 금목걸이 하나 해다 줘라. 그거만큼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니. 준비 잘 하고, 런던에서 보자.
조이뉴스24 정리=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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