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손바닥도 마추쳐야 소리가 난다. 2012 팔도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은 김태균(한화)이다. 그리고 그가 타구를 담장 너머로 보낼 수 있게 치기 좋은 공을 던져준 선수도 이날 화제가 됐다.
그런데 마운드에 서 있던 그에게는 화려한 조명도 없었다. 우승자 김태균은 시상대에 올랐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지만, 공을 던져준 선수에겐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홈페이지 선수명단에도 없다. 소속팀인 한화 이글스 선수 소개 페이지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도 엄연히 선수단의 일원이다.
한화의 불펜 포수 염성민이 2012 팔도 올스타전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팀 선배 김태균 때문이다.
염성민은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예선과 결승 모두 김태균에게 공을 던져줬다. 김태균은 이날 홈런 레이스 예선에서 타석에 들어서기 전 진행을 맡고 있던 사회자로부터 "몇 개가 목표냐?"는 질문을 받았고 "10개를 넘기겠다"고 답해 홈팬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김태균은 4아웃이 된 뒤 연속 12개의 홈런포를 몰아쳤다. 예선전 최종 결과는 14개였다. 역대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신기록이다.
김태균은 결승행을 확정하고 난 뒤 웨스턴 올스타 선수들이 모여있는 1루 덕아웃 앞으로 갔고 염성민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올스타 출전 선수들이 있는 곳은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염성민에게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과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칭찬이 이어졌다. 선 감독은 "너 때문에 (김)태균이가 홈런을 많이 칠 수 있었다"고 했고 류 감독도 "투구를 잘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얘기했다.
염성민에게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관심과 인터뷰 요청이 부담됐지만 그는 "올스타전에 이렇게 참여하는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염성민은 "홈런레이스를 앞두고 (김)태균이 형과 따로 얘기를 하진 않았다"며 "몸쪽으로 던지지 말라고만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배팅볼을 던질 때와 견줘서는 살살 던졌다"며 "솔직히 태균이 형이 10개를 넘길 때는 '이제 그만 쳤으면'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고 웃었다. 염성민은 "태균이 형이 결선에서 우승하면 선물을 준다고 했는데 기대가 된다"며 "평소에도 잘 챙겨주는 선배라 나 또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염성민의 얼굴도 밝았다. 그러나 염성민은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다시 자신이 맡은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불펜에서 공을 받아주고, 타자들의 배팅볼을 던져줘야 한다.
그는 "보통 경기를 앞두고 배팅볼 개수를 정해놓고 던지는 건 아니다"며 "30분씩 나눠 네 차례 정도 던진다"고 설명했다. 염성민은 대전고를 나와 2009년 한화에 입단한 4년차다.
조이뉴스24 대전=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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