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2012년 7월24일, 1일차
10년 만이다. 기자는 10년 전인 2002년에 영국 땅을 밟아봤고 10년 후 2012년 다시 영국 땅을 밟았다.
10년 전에는 막 군에서 제대해 2002년 월드컵을 즐긴 후 배낭 하나 메고 유럽으로 향했다. 그 여행의 마지막 국가가 영국이었다. 철없이 마냥 즐겁게 놀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2012 런던 올림픽 취재라는 막중한 임무를 어깨에 메고 영국으로 향했다. 기대 반 걱정 반,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랜 시간 비행으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다 영국으로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이 엄습했다. 처음 경험하는 올림픽 취재에 대한 중압감, 외국 생활에 대한 불안감 등은 나중 일이었다. 일단 기자 앞에는 그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입국 심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테러와 불법 체류자들로 인해 그 어느 국가보다 입국 심사가 철저하고 깐깐하다는 영국이다. 말 한 번 잘못해 입국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영국 입국 심사 통과를 위한 비법 노트와 강의까지 있다고 한다.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런던 올림픽 취재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쳤다.
일단 영어 울렁증이 문제다. 한국의 전형적인 주입식 영어 교육의 피해자인 기자는 외국인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순하지 않은 인상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입국 심사에서 기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절대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주변 지인들은 테러범 혹은 불법 체류자와 비슷한 이미지가 있다고들 한다. 아무리 순진한 표정을 지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겁이 났지만 이왕 도착한 영국이다. 부딪쳐 보는 수밖에. 당당하게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순진한 표정을 지으려, 착한 척을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내가 가진 그대로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럴 수가! 기자는 단 한 마디로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어찌 된 일일까?
다행스럽게도 올림픽 기간이라 런던의 공항에는 미디어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 기자가 도착한 히드로 공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미리 받았던 런던 올림픽 AD카드를 당당히 목에 걸고 있었다. 이 카드가 기자가 테러범도 불법체류자도 어떤 이상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준 것이다. 순진하고 성실한, 코리아에서 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온 청년이라고 인정 받은 것이다. 한국에서 미리 AD카드를 받아 온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멈출 수 없었다.
기자가 입국심사를 받으며 했던 단 한 마디 영어는 "Yes"였다. 아주 인상이 좋으신 아주머니 심사관께서 "Are you from Korea?"라며 환하게 웃어주셨고 영어 울렁증이 있는 기자도 이 정도 말에는 더듬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Yes!" 대화는 거기서 끝났고 기자는 어깨를 쭉 펴고 입국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올림픽 향기가 여기저기서 풍겼다. 공항은 올림픽 준비로 분주했다. 여기저기 환영 문구가 보였고 올림픽 안내 데스크도 눈에 띄었다. 공항을 나오니 올림픽의 향기는 더욱 진해졌다. 런던의 상징인 2층 버스에도 올림픽 로고와 올림픽 광고 등이 붙어 있었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올림픽의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는 것을.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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