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때는 외로웠지만 그런 생각을 버리니 여유가 점점 생겨요."
오랜만에 전지현이 제 옷을 입은 듯 매력적인 모습으로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도둑들'에서 범죄가 있는 곳이라면 '예'하고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도둑 '예니콜' 역을 맡은 전지현은 사랑스럽고 유쾌한 매력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해숙, 김수현 등 톱스타들이 함께 한 이번 영화에서도 전지현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으로 '도둑들의 신 스틸러'로 불리고 있다. 섹시하면서도 대담한 줄타기 전문 도둑이자 자신의 빼어난 미인계를 이용해 남자들을 홀리는 모습은 어떤 광고보다, 어떤 영화보다 매력적이다.
그동안 진지하고 우울한 캐릭터로 '엽기적인 그녀' 이후 대중의 사랑에서 다소 멀어져갔던 전지현은 '도둑들'과 결혼을 통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듯 하다. 결혼 이후 더욱 소탈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지현은 톱스타의 신비로움을 벗어던지고 현실적이지만 정감 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시선을 즐겁게 해준다.
이하 일문일답
-영화 시사 후 호평을 많이 듣고 있는데?
"아니에요(웃음). 아니라고 하면 상대방이 다 같은 반응을 보이는게 웃음이 난다. '베를린' 촬영감독님도 같은 반응 보이더라. 예니콜의 모습과 갑자기 비교가 돼서 그런가 보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호평은?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전반적으로 이런 흥행 기운이 감도는 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찍어서 들리는 말들이 다 기분 좋다. 일단 반응이 있다는 것부터 새롭다."
-예니콜과 전지현의 실제 모습 중 닮은 점이 있다면?
"일단 역할이 좋았고 매력적이었다. 예니콜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비슷한 점이 있다. 그녀는 많이 발라당 까졌다. 저는 그렇게까진 아닌데 시원시원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남의 이목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나 아니면 다 쓸데없다는 생각만 하는 예니콜을 연기하는게 신나더라. 난 주변 시선을 무조건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데 '나 아니면 안되지 않냐'는 성격 자체가 재밌었다."
-최동훈 감독이 실제 전지현의 성격을 알면 깜짝 놀랄거라는 말을 했는데?
"감독님이 워낙 편하게 해주셔서 내 모습을 많이 보인 것 같다. 원래 감독하고는 수다떠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집들이한다고 해서 놀러갔을 때부터 시작해서 작품 결정하고 리허설 하고 전체 리딩도 안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 전에는 일대일로 만나 작품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를 했었다. 자연스럽게 서로 알게 되는 계기들이 있었다. 감독과는 그렇게 편한 사이로 시작했다. 촬영 할때도 저를 많이 알아주려고 노력하셨다. '나 이제 자기 알거같다'라며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잘 알아주려고 노력하졌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려 노력한다는 것, 알아준다는 것이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워낙 주옥같은 대사가 많아서(웃음). 김혜수 선배에게 '어마어마한 썅년'이라고 하는 대사는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 이즈 마인'이라는 대사도 좋았다. 그 씬 찍을 때 재밌었다. '씹던껌이 봤으면~'이라는 대사도 좋았고. 앰뷸런스에서 잠파노와 씹던껌을 생각하는 아련함이랄까, 예니콜의 또다른 모습 보여주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여지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김혜수와의 연기 호흡에 관심이 많이 모아졌는데, 현장에서는 어땠나?
"일단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화면으로만 보던 스타들과 작업하니 궁금했다. 그동안 원톱이나 투톱 영화만 하다 보니 나나 상대배우만 생각했고 여배우와 함께 촬영할 현장 기회가 없었다. 김혜수 선배는 굉장히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 알려고 하는 호기심이 크니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냈는데 혜수언니 아량이 넓다. 나도 그렇고 많은 배우들이 자기 것만 보는데 혜수언니는 그런 단점이 없다. 자기만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시선과 아우라가 있다. 여배우로서 부럽다. 김혜수같은 그런 스타는 우리나라에 없지 않나.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어울리는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들을 상징하는 배우기도 하고. 늘 스타였으니까. 가까이서 보니 왜 스타인지 알겠더라. 고귀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늘 그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겉으로는 강해보여도 언니는 여리다. 카리스마 있어보이지만 여리고 보호해주고 싶은 매력이 있다. 그런 자리에 올라 색깔을 발휘하고 있는 배우니까 그 자리에서 얼마나 외로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배우와 호흡이 어떤 남자 배우보다 짜릿하다는 걸 알았다. 워낙 나이차 많고 이뻐해 주시니까 정말 친하게 지냈다. 정말 좋아하는 언니다."
-그렇게 보면 두 사람 모두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서 쭉 톱스타의 자리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혜수언니와는 워낙 색깔이 틀린 배우기도 하고 역할 자체도 색이 틀리다. 어릴 때부터 일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비슷한 행로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혜수언니는 점점 나이 들면서 당당해지고 아름다워진다. 그런 모습 닮아가고 같응 행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겐 너무 과분한 말 같다. 오히려 어릴 때는 생각도 더 많고 뭔가에 대해 알려고도 많이 했다. 조금 더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 같은데 나이 들면서 그런 부분을 놓치고 귀찮아하면서 도태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혜수언니와 나는 그런 부분에서 다르다. 부러워하는 것도 그런 점들이다. 채워나갈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데뷔 15년차를 맞았는데, 과거와 비교해볼 때 현재는 만족스럽나?
"처음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 어렸을 때는 스스로를 외롭다고 생각했다고 해야하나. 나는 여배우로서 이런 제약도 있고 저런 것도 못하고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어렸을 땐 그런 생각 하면서 스스로를 외롭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나이도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아니까 이젠 기본적으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특별하다 생각하면 외롭다.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나도 누릴 수 있고 못하면 할 수 있고 안하면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점점 여유가 생기고 편안하다."
"어릴 때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지 싶을 정도로 집과 일 생각 밖에 안했다. 정말 심각하게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눈 옆을 가린 말처럼 보이는대로 살았다. 주위가 안보니까 관심도 없고 안하니까 뭐가 있는지도 몰랐던 거다."
-금욕적으로 살았다는 얘긴가?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나름대로 하면서는 살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데 일부러 안하는 것은 전혀 없다. 금욕, 기본적으로 그런거 안한다. 성실하다는 말 듣는 것은, 아침형 인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웃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의 시작은 밤에 잠을 못잘까봐 일찍 자기 시작했던 것부터다. 늦게 일어나면 늦게 자니까 그게 두려웠다. 어릴 때 생각이 워낙 많아 잠이 안 와서 힘들었다. 그래서 꼭 6시에 일어나고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이 없다보니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보면 생각하는거 먹는 것이 당연히 건강하게 된다. 그리고 운동을 좋아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건강식을 좋아한다. 먹고 싶은거 안 먹진 않는다. 한때는 먹으려고 운동한 적도 있다. 다 먹어야 하는데 먹고 싶은 걸 어찌 참나. 그럼 고민 안한다.먹고 운동한다. 평소에도 부지런한 편이라 몸을 가만히 두지 아니다. 계속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소화도 잘 되고 그럼 또 먹고(웃음)."
-그럼 집안 살림도 직접 다 하나?
"살림은 혼자 다 하기는 힘드니까 도와주시는 분은 있는데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몇번 정도 오신다. 웬만한건 내가 다 해서, 신랑이 미안해하며 쉬라고 한다."
-촬영 때문에 신혼여행을 미뤘는데,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
"신혼여행 미룬 것은 남편이 다 이해해줘서 고맙다. '베를린' 촬영이 끝나면 시간 많으니 그때 갈까 한다. 젊었을 때 갈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 아프리카 같은 곳은 한번 가보고 싶다. 아프리카도 좋은 곳이 많다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
-'베를린'에서는 하정우와 호흡을 이뤘는데, 어땠나?
"정말 남자 배우지만 너무 이렇게 훔치고 싶은 게 많다. 장기라든지 집중력이라든지 사람으로서 풍길 수 있는 모든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여배우지만 질투날 정도로 두루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모니터 봤을때 뿜어내는 위력이 대단한 배우다. 동시대에 태어나 그런 사람과 함께 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낄 정도다.
-결혼 후 털털하고 수더분해진 것 같다?
"하루아침에 나 결혼했으니까 하고 옷을 벗듯 내안의 내가 나오는 건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별로 꾸밈이 없다. 영화에 의해서 많은 게 좌우된 것 같다. '도둑들'은 너무 편하고 든든하고 같은 팀이니까 인터뷰 하거나 홍보 할때도 자유로웠던 모습들이 더 보여져서 그런 것 같다. 결혼하고 어른 대우를 받는 느낌이다. 아직은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그런 느낌이다. 결혼 초반에는 다 그렇지 않나? 저는 같은데 주위에서 대해주는 것이 달라진다. 30대로 넘어가면서 난 아직 20대같은데 어른 대접 해주지는 것처럼 나는 같아도 주위의 시선이나 대우가 바뀌면서 변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여배우로서 결혼을 결정할 때 고민은 없었나?
"어릴 때부터 개인의 행복에 있어서 일이라는 것에 전혀 큰 의미 두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일은 당연히 좋아한다. 잘 하는거고 잘 한다고 생각하고 오래 해야지라는 생각을 해왔다. 지금까지 좋건 싫건 봐주셨던 분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배우로서 같이 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일은 그래서 좋았다. 바쁠 수 있어서 좋은 게 일이다. 안 바쁜 것보다 바쁜게 좋다. 일에는 그 정도의 의미만 부여했다. 일에서 행복을 찾거나 그런 생각 해본적 한번도 없다. 그래서 때에 맞춰서 결혼도 했고. 그것이 전지현 개인의 행복이니까."
-전지현을 사로잡은 남편의 매력은 무엇인가?
"도도함?(웃음). 미남이라기 보다 남한테 피해 끼칠 정도 인물은 아니다. 둘이 있으면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비슷하다고 하니 기분 좋더라. 분위기나 생김새가 많이 닮았다고 해야할까. 자기 색깔이 굉장히 분명하다. 남자들 허풍 많은데 남편은 딱 자기 할 말만 하면서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지현에게도 부러운 외모가 있나?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래 배우들은 예쁘고 매력있는 사람들이다. 당연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보여지는 외모보다 보여지지 않는 어떤 부분에 대해 성숙해 있는, 어떤 부분이 더 채워져 있나 이면을 보는 시선들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배우니까 당연히 저 뿐만 아니고 워낙 예쁜 사람들이 많지 않나. 그런 부분은 배제하고 어떤 부분이 다른 부분들이 채워져 있는지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은 망각하고 남들 것만 부러워하지 않나. 요즈음은 웬만하면 부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화장을 했는지보다 그 사람이 전체적으로 풍겨내는 아우라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드러내 주는 것 같다. 수저를 들 때도 품격이 드러나는 그런 면에 시선이 간다. 배우는 경쟁 아닌 경쟁 속에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외모를 하나하나 생각하다보면 굉장히 피곤하다.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해외 진출도 모색했다. 그런 식으로 나가다 보면 전지현만의 시장 마켓이 구축되고 나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영역이 생길 거고 그게 나의 색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럽고 예쁜 것은 많지만 나만의 색,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려고 노력한 것은 확실히 있었다. 내가 구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 것을 장점화하는 것에 신경썼다.남들을 부러워하고 그랬다면 성형도 많이 했을거다. 하지만 그랬다면 스스로 뭔가 중심이 없었을 것 같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면 뭔가 성과가 나오지 않겠나(웃음)."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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