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0.5경기 차로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산과 롯데. 하루만 지나면 2위의 주인이 달라진다. 1위 삼성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위는 반드시 수성하거나 빼앗아야 할 위치. 이들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두산-롯데의 27일 잠실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결과보다 눈길을 끈 건 롯데 수비진의 3차례에 걸친 호수비였다.
롯데의 불안한 한 점차 리드가 이어지던 6회말. 유격수 정훈이 호수비 하나로 실점을 막았다. 1사 2루서 롯데 구원투수 최대성은 김동주를 132㎞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처리한 뒤 양의지와 맞섰다. 두산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인 양의지는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롯데 유격수 문규현은 2-유간을 강하게 꿰뚫는 듯한 타구를 2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려 캐치했고, 곧바로 1루로 송구해 양의지를 잡았다. 실점을 막은 완벽한 수비였다. 3루측 롯데 응원석에선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7회말에는 연속 2개의 호수비가 이어졌다. 롯데가 여전히 1-0으로 리드한 7회말 1사 뒤, 롯데 1루수 박종윤은 두산 7번타자 이종욱의 파울 타구를 몸을 날려 캐치했다. 1루 베이스 옆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간 타구를 파울 지역으로 몸을 날려 공중에서 잡았다. 아웃 카운트 한 개를 위해 몸을 내던진 수비에 역시 관중석에서 큰 탄성이 터져나왔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타자 김재호의 타구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 타구. 그러나 원래 위치보다 다소 앞에서 전진수비하던 롯데 좌익수 김주찬은 공이 방망이에 맞자마자 좌측 펜스를 향해 뒤도 쳐다보지 않고 뛰더니 등 뒤에서 날아오는 타구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순식간에 수비가 끝났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그를 향해 관중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비록 경기는 롯데가 8회, 9회 불펜 투수들의 부진으로 각 1실점하며 1-2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지만 롯데 수비진의 몸을 사리지 않은 수비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팽팽한 투수전의 재미를 더해준 '고급 야구'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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