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 수영 '영웅' 박태환(23, SK텔레콤)의 최대 경쟁자는 중국의 쑨양(21)이다.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서 쑨양은 박태환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박태환과 쑨양은 자유형 200m 결승에서도 격돌하고 1천500m에서도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이다.
두 선수는 종목이 겹치고 나란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박태환과 쑨양의 라이벌 구도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팬들 역시 박태환이 '라이벌' 쑨양과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를 바라고 있다.
분명 박태환과 쑨양은 라이벌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더 넓은 시선으로 쑨양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당장은 라이벌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래를 위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 박태환이 생각하는 미래란, 바로 아시아 수영의 발전과 성장이다.
과거 아시아 수영은 변방이었다. 수영은 서양 선수들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압도적인 체격적 우위와 파워를 지닌 서양의 선수들이 세계 수영판을 좌지우지 했다. 아시아인이 세계 수영계를 두드린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평영 100m, 200m 금메달을 따낸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30)가 사실상 아시아 수영 진화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박태환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수영의 진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기타지마 역시 베이징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수영의 긍지를 높였다. 그 다음 세대가 중국의 쑨양이다. 쑨양은 이번 2012 런던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수영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제 세계 수영 속에서 아시아 수영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했다.
박태환이 쑨양을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박태환이 아무리 빼어난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혼자서 아시아 수영의 전체적인 발전을 이끌 수는 없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함께 손을 잡고 세계 수영으로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일이다. 그만큼 더 많은 아시아 수영 스타가 필요하다. 아시아에서 제2의 박태환, 제2의 기타지마가 계속해서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한 국가의 독주는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경쟁이 있어야 발전도 있다. 박태환에게 만약 쑨양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큰 동기부여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박태환이 성장하면서 쑨양이 발전했고, 쑨양이 발전하자 박태환도 함께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박태환은 아시아 수영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세계 수영 속에서 아시아 수영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쑨양을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받아들인 것이다. 경쟁자를 배척하고 증오하며 오직 나만 잘하고 나만 메달을 따서 혼자 살아보겠다는 편협한 생각. 박태환에게는 없다.
박태환은 쑨양에게 400m 금메달을 내줬지만 "쑨양이 금메달을 딴 것은 축하해줘야 할 일이다. 내가 따지 못한 것은 물론 아쉽다. 하지만 동양인이 금메달을 딴 것은 잘된 일이다. 4년 전 베이징에서 내가 금메달을 땄던 것처럼 쑨양이 정상에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다"며 쑨양을 물리쳐야 하는 적이 아닌, 아시아 수영을 함께 발전시킬 동반자로 바라봤다.
박태환은 한국 수영 영웅이다. 그리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영 스타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태환은 아시아 수영 전체 발전을 위해 남들보다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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