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신파·논란 없었다, '도둑들' 천만 돌파의 의미④

[정명화기자]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이 개봉 22일 만인 15일을 기해 천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14일까지 '도둑들'은 975만여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의 관객을 모으며 공휴일인 15일을 기해 1천만 돌파를 확실시했다. 올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며 지난달 25일 개봉한 '도둑들'은 개봉 22일만에 한국영화로는 역대 6번째로 천만영화 전당에 입성한다.

영화 '해운대'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후 3년만에 천만 고지를 넘은 '도둑들'은 14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화려한 볼거리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들을 유입했다.

역대 한국영화 6번째 천만영화로 등극한 '도둑들'은 여러 면에서 현재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둑들' 천만 돌파가 가지는 의미와 향후 한국영화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애국심·신파·논란은 없다, 순수 오락영화의 파워

그동안 한국영화 천만 돌파작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적인 소재, 한국적 정서에 소구하는 바가 컸다. 분단과 이념, 사극, 한국형 재난영화 등 토종 소재로 국내 관객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었다.

반면 영화의 흥행에는 대중적 이슈가 뒤따라야 한다는 공식이 생길만큼 논란과 분쟁도 뒤따랐다. '괴물'은 반미 논란을,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반공 논란, '해운대'는 신파, '왕의 남자'는 동성애에 대한 뜨거운 이슈를 뿌렸다.

반면 '도둑들'은 애국심 마케팅이나 사회적 논란 없이 순수 오락물로서 천만 관객의 호응을 얻어냈다. 민족적 상흔 혹은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고 '쿨하고 유쾌하게 '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순수 오락영화로서는 최초의 천만 흥행 역사를 쓰게 됐다.

◆한국형 범죄 블록버스터의 가능성, 해외서도 승산있다

'도둑들'은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성공 신화를 썼다는데서 앞선 천만돌파 영화들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 로케이션과 다국적 배우들의 기용, 범한국적인 소재 등을 조화롭게 버무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통할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미 해외 8개국에 선판매돼 해외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도둑들'은 비단 한국인 뿐 아니라 글로벌한 흥행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흥행 예상을 밝게 한다.

'도둑들'은 한국형 케이퍼무비의 전형을 표방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쳐 거대한 한 탕을 하기 위해 한·중 도둑들 10인이 모인다는 이야기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 '타짜'와 닮은 듯 다른 구성으로 구미를 당겼다.

한국적 정서가 바탕이 됐으나 쿨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 '도둑들'은 한국형 범죄 블록버스터가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으리란 가능성을 시사한다.

◆멀티 캐스팅 전성시대 열다

'도둑들'은 한국영화 대표 배우들이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한 영화에 원톱 주연으로 활약해온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해숙, 전지현 등 톱스타에 무서운 신예 김수현과 홍콩 느와르의 대부 임달화 등을 캐스팅해 10인의 도둑 캐릭터를 만들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이번 영화는 한 사람도 버릴 것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액션과 불꽃 튀는 연기 대결, 입에 착착 달라붙는 대사 열전도 보는 이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조화로운 호흡을 만들어낸 '도둑들'의 성공신화를 계기로 한국영화 멀티 캐스팅 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캐릭터가 반짝반짝, 배우들의 매력 재조명

'도둑들'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라 할만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을 받은 전지현을 비롯해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은 매력만점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도둑들'에서 '예니콜' 역을 맡은 전지현은 잘 쓰인 대본, 잘 만들어진 캐릭터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미모와 재능을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섹시하고 멋진 남자 주인공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윤석과 50대에도 가슴 떨리는 멜로 연기를 선보인 '씹던껌' 역의 김해숙 등이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홍콩 느와르의 대부 임달화는 녹슬지 않은 액션 감각과 함께 여심을 뒤흔드는 로맨스 가이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아냈으며 이정재는 영악하면서도 허술한 악당의 모습으로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수퍼 루키 김수현 역시 지고지순한 순정파 '잠비노' 역을 맡아 대선배들에 눌리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의 기둥 역할을 하는 김혜수, '도둑들의 요정'이라는 애칭을 얻은 오달수의 감초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들이 구축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스토리,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는 이국적인 풍광 등은 천만 관객을 홀리며 올 최고의 흥행 영화 탄생을 이끌었다.

이 밖에도 '도둑들'은 투자 배급사 쇼박스가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세번째 천만영화를 탄생시키며 '한국영화 명가'로 자리잡는 공신 역할을 했다는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