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올 시즌 K리그에는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스플릿 시스템'이다. K리그에서도 드디어 강등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스플릿 시스템은 30라운드까지 치른 뒤 성적에 따라 상위 8개팀(그룹A)과 하위 8개팀(그룹B)이 나머지 14라운드를 벌이는 방식이다. 그룹 A는 K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며, 그룹 B는 2부 리그로의 강등을 피하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이런 스플릿 시스템의 도입은 K리그와 K리그 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위 리그는 강팀들끼리 우승을 향한 더욱 뜨거운 경쟁을 펼쳐야 하고, 하위 리그는 강등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K리그가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박진감과 뜨거운 경쟁으로 인한 재미가 K리그 팬들을 찾아가고 있다. 또 K리그의 경쟁력 역시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스플릿 시스템이 모든 이들을 웃게 만들지는 않는다. K리그 감독들에게 스플릿 시스템은 '스트레스와의 전쟁'이다. 승점 1점이 너무나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우승을 향한 압박감, 더욱 치열해진 경쟁, 강등을 향한 두려움 등이 감독들을 옥죄고 있다. 스플릿 시스템이 K리그 감독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2일 전남과 서울의 경기가 열린 광양전용구장에서 만난 하석주 전남 감독은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해 감독들과의 사이도 멀어졌다. 황선홍, 최용수 감독 등은 같은 세대에서 국가대표를 지낸 친한 동료지만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해 예전보다는 관계가 소원해졌다. 평소 3개월에 한 번씩 통화하던 것이 지금은 6개월 만에 한 번씩 통화를 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하 감독은 "매 경기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안타깝다. 감독들을 만나보면 예전보다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 약도 많이들 먹는다. 잠도 못자서 수면제를 먹고 위경련이 나서 약을 먹기도 한다. 나도 위경련 약을 먹어야할 판이다. 4개월 후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하 감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 감독은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해 팀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관계는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 때보다 감독이 되니 동료들과 연락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스플릿 시스템은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 긴장의 연속이다"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나는 성인 아토피가 생겼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 또 이전에는 하루에 담배를 6개비 정도 피었는데 지금은 한 갑을 넘게 핀다"며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해 달라진 변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한 더 큰 재미, 더 치열한 경쟁, 우승과 강등의 묘미 등 K리그 팬들은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K리그 감독들의 고통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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