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가을 남자' 박정권이 본 SK의 '가을 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가을만 되면 펄펄 난다. 시즌 중반까지 고전하다 서서히 경기력을 회복해 찬바람이 불자 어느덧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정권과 SK의 공통점이다.
박정권의 초반 성적은 그의 말대로 '처참했다'. 4월 월간 타율 1할5푼5리를 시작으로 5월에는 2할1푼4리에 머물렀다. 박정권은 "말도 안 되는 성적이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다 더 깊이 빠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다 6월 들어 타격감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6월 타율 2할7푼4리를 기록한 박정권은 7월 3할4푼3리까지 올라섰다. 8월에는 연일 결승타를 때려내며 맹활약하고 있다.
정말 박정권의 '가을 야구'가 시작된 것일까. 그는 "이상하게 가을이 되면 잘 맞고, 운도 따른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사이클이다. 누구나 부침이 있는데, 정말 깊이 내려갔다 올라와 더 확대돼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SK 야구도 마찬가지다. 6월 막판 선두 자리를 빼앗긴 뒤 7월에는 8연패를 당하며 6위까지 떨어졌다. 4강 경쟁 팀들과의 팽팽한 접전 속에서 좀처럼 순위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8월 중순까지 SK는 4위와 5위를 오갔다.
그러다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부터 23일 문학 한화전까지 7연승을 달리며 2위 복귀에 성공했다. 6월 29일 이후 55일 만이다. 가파른 상승세 속 선수들의 자신감도 회복됐다.
그러나 아직은 조심스럽다. 박정권은 "지금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어떤 팀도 순위 싸움에서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SK와 4위 두산은 1.5경기 차.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범위다.
지난해 3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SK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이 익숙했던 이들에겐 낯선 피로감이었다. 박정권은 "작년에 해보니 정말 힘들더라. 포스트시즌 1경기는 정규시즌 5∼6경기를 치른 정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경험은 지난해로 충분했다. 박정권은 "작년 이맘때 쯤 일이 생각난다. 선수들은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때 눈에 불을 켜고 달렸던 모습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제 박정권과 팀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포스트시즌, 더 나아가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초점이 맞춰졌다.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터지는 SK 특유의 에너지가 곳곳에 퍼져있다.
박정권은 "이제 찾았다. 우리 갈 길만 가면 된다. 긴박한 상황이 되면 선수들은 오히려 차분해진다. 위기에도 침착하게 대처한다. 다 알아서 하는 선수들 아닌가"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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