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는 올 시즌 실관중 집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 눈대중으로 집계하는 등 허술한 방식에서 벗어나 제대로 관중수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 결과 관중수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떤 경기에는 세자릿수 관중이 들어오는 등 프로라고 하기에 민망한 숫자도 공개됐다. 물론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다. 후반 15분 이후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공식 입장 관중수를 그대로 표출하는 등 최대한 숨기지 않았다.
초대권 등은 집계에서 제외됐다. 유로 관중, 미디어, VIP만 대상에 포함됐다. 티켓을 구매했어도 경기장에 오지 않으면 집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7일 공개한 30라운드까지의 관중수에서도 드러났다. 16개 구단 중 14개 구단의 관중수가 줄어들었다. 흥행 구단인 FC서울은 전년대비 25.28%, 수원 삼성은 15.25%가 감소했다. 가장 많이 줄어든 구단은 경남FC로 67.02%나 떨어졌다.
반면 대구FC는 37.74%, 제주 유나이티드는 50.89% 증가했다. 대구는 지난해 평균 6천344명에서 8천739명, 제주도 4천498명에서 6천786명으로 늘었다.
두 구단의 관중을 모으기 위한 노력은 눈물 겨웠다. 대구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단장 출신 김재하 사장을 영입한 뒤 상승 곡선이다. 지난해 한 시즌 K리그를 지켜 본 김 사장은 지역 밀착형 구단으로 다가서기 위해 학교 급식 배식 봉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축구 클리닉도 열었다.
다른 구단들도 비슷한 일을 했지만 대구는 주1회로 정례화 했다.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서니 관중의 호감도는 상승하고 자연스럽게 경기장 유입으로 이어졌다. 선수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서포터 행사에 한정하거나 가뭄에 콩 나듯 지역 사회 밀착 활동에 억지로 참여시킨 몇몇 구단과는 달랐다.
구단은 공짜 초청권을 최소화했다. 돈을 주고 봐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대구 관계자는 "김 사장님이 프로 구단은 수익을 내야 하는 단체라고 생각하신다. 앞으로 초청권 비율이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도 지역과의 밀착에 승부수를 던졌다. 섬지역이라는 특수성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린 제주시와 경기장이 위치한 서귀포와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기 위해 애를 썼다. 셔틀버스는 기본이요, 경기 일정 홍보 배너를 지난해보다 더 늘리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작전명 1982로 명명된 이벤트도 주목을 받았다. 1982는 팀 창단해인 1982년을 기념해 홈 경기 시 오늘의 선수로 지정된 선수가 경기장 입장 선착순 1982명을 대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스킨십 마케팅을 펼쳤다. 상대팀에 따라 감자(강원FC), 충무김밥(경남FC) 등을 제공하는 세세함도 잊지 않았다.
박경훈 감독은 관중이 2만명을 넘어설 경우 자신의 머리를 주황색으로 염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화젯거리를 양산했다. 홈 경기를 앞두고 제주시에서 미디어데이를 열어 지역 언론과의 접촉을 늘렸다. 축구 자체에만 머물던 과거를 버렸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더 많이 부딪히면 관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진리가 통함을 알려준 두 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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