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제가 가장 나이가 어리더라구요."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에서 중간 계투로 나오는 투수들 중에서 진명호(23)는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한다. 필승조로 투입되는 김성배(31), 이명우(30) 등은 30대이고 최대성(27)은 20대지만 진명호보다 네 살 많다.
진명호는 그래서 선발-중간-마무리 모두 3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롯데 마운드에서 고원준(22), 김수화(23) 등과 함께 '영건'으로 꼽힌다.
순천효천고를 나온 진명호는 지난 2009년 롯데에 지명됐고 2010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시즌에는 31경기에 나오면서 1군 출전 횟수를 늘린 그는 올 시즌 29일 현재까지 16경기에 나와 2승에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견주어 올 시즌 출전 경기수가 줄어든 건 퓨처스리그(2군리그)에서 뛴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명호는 "1군에 있다가 2군에 내려가보니 좀 재미가 없더라"고 웃는다.
그는 "아무래도 긴장감과 집중도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1, 2군을 비교했다. 진명호는 퓨처스리그에선 선발투수로 나오지만 1군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다.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
진명호처럼 아직 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에게는 컨디션 조절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다"고 한다.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일이 잘풀리지 않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2군에 있다가 1군에 올라오면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등판한 경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거나 하면 더했다. 1군에 자기 자리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명호는 "오히려 불안하고 조급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씩 그런 마음을 버리고 있다. 1군 고참급 투수들의 조언도 도움을 줬다.
그는 "김사율(32) 선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며 "김 선배가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자기가 갖고 있는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올 시즌 1군에 올라올 때 '잘 해보자'는 생각 자체를 버리기로 했다.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선택이다. '무심투구'가 아니냐고 묻자 말없이 씩 웃는다. 진명호는 지난 시즌까지 구속에 매달렸다. 1군에 올라오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있었다. 그런데 선배 김사율의 조언처럼 한 가지를 버렸다. 바로 구속이다.
진명호는 "제구력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컨트롤을 선택한 진명호는 일단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다. 임시선발 또는 중간계투가 그가 맡은 보직이지만 가능성을 인정 받은 사실이 중요하다.
그는 올 시즌 지금까지 세 차례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 5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진명호는 깜짝 선발로 나와 5.2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롯데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 3일 사직구장과 21일 대구구장에서 각각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한 등판이었다.
이 두 경기에서 롯데는 각각 고원준과 이용훈(35)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런데 고원준은 제구난조로, 이용훈은 투구 도중 담 증세가 나타나 불펜에 있던 진명호가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진명호는 각각 2.1이닝 1피안타 무실점, 3.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상대 타선을 잘 막았고 두 경기 모두 롯데가 삼성을 꺾었다.
양승호(52) 감독도 "그 두 차례 등판에서 (진)명호가 큰일을 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진명호는 두산전 선발 승리 이후 두 차례 더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모두 2이닝 5실점으로 일찍 무너졌다.
진명호는 "당시에는 마음만 앞섰다"며 "욕심이 지나쳐서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김사율 선배가 내게 해준 말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그런 선발 기회는 남은 시즌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진명호는 그래도 자신이 맡고 있는 보직이 소중하다. 그는 "순위 경쟁에 힘을 보태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올 시즌 선발로 뛴 3경기를 제외하고 불펜 등판한 13경기에서는 27.2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63으로 '짠물투'를 선보이고 있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중간계투로 뛰는 선수들 중 8월초 부상 복귀해 합류한 정대현(34, 9경기 평균자책점 1.86)과 함께 가장 좋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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