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살기로 해야죠. 내 거취 문제야 그 다음이고…"
이정훈 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 감독(북일고)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당장 다음 날(30일) 열리는 대회 첫 상대 네덜란드에 대한 전력 분석도 끝내야 하고, 또 기대보다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30일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개막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한국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부담감이 크다. 워낙 한국야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잘해도 본전'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결승 진출에라도 실패하는 경우엔 쏟아질 비난과 야유를 피할 수 없다. 이정훈 감독은 자신의 이런 현재 상황에 대해 "독이 든 성배를 든 격"이라고 표현했다.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참가국 12개팀의 사령탑이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 저마다 대회에 나서는 각오와 목표를 밝혔다. 이정훈 감독은 미국, 일본, 대만, 호주 등 각 나라 감독들에 비해 가장 키가 작았으나 다부진 몸 전체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개최국 감독다운 위용을 뿜어냈다. 형식적인 회견을 마친 후 이정훈 감독은 국내 기자들과 격의 없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이하 인터뷰 전문]
-첫 스타트가 중요한데, 내일 네덜란드전 선발 투수는 정했는가?
"컨디션만 놓고 보면 2학년 좌완 심재민이 합숙기간 많이 좋아졌다. 또 우완 장현식도 괜찮다. 이 둘로 일단 압축해 놓고 코칭스태프와 최종 선택할 예정이다. 마무리로 윤형배를 정해놓은 것 이외에 딱히 정해진 로테이션이 없다. 확실하게 한 게임을 책임져줄 수 있는 선수가 내 눈엔 안 보인다. 다양하게 투수를 기용해가며 상황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기용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의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생각보다 올라오지 못해 걱정이다. 투수의 경우는 내 맘에 차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타자 쪽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정상 페이스는 아니다."
-일본과 대만은 작년 겨울 친선전에서 상대했던 전력이 아닌데…
"일본은 고시엔 대회를 끝내고 거기서 선발을 했다고 들었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하더라. 또 작년에 느꼈지만 대만 야구도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 예전의 대만이 아니다. 미국도 92~95마일 던지는 투수들도 수두룩하다고 하던데.(웃음) 어찌 되었건 우리는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우리 한국야구가 태극마크만 달면 뭔가 끈끈한 승부근성이 발휘되곤 하지 않았나. 그래도 같은 고등학생이니까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강속구 투수 오타니 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비책은 세웠나?
"우리가 결승에 간다면 일본과 우승을 놓고 다투지 않겠나? 그래서 160km대의 빠른 볼을 던진다는 그 투수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코칭스태프가 타자들에게 알려주고 공략 방법을 알려줬다. 습득시켜줬다.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한 번 겨뤄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지켜보는 눈도 많고 당연히 부담스럽다. 주변에서 독이 든 성배를 든 거 아니냐며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더라. 그래도 나름대로 내가 승부처에서 좀 강하고 또 선수들에게도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실력 이외 근성, 정신력으로 이겨 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우리의 지금 입장을 잘 주지시키고 설명했다. 선수들을 믿고 또 내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 신임감독 후보 소식도 있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지금 상황에서 나와선 안될 이야기가 언론에서 먼저 튀어나왔다. 개인적으로 큰 대회를 앞두고 사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될 만한 전력이 아니라 고민스럽고 힘들다. 지금 이 대회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차다. 죽으라고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좋은 성적을 거둬 침체되어 있는 아마야구와 학생야구도 관심 받고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한화 구단과 접촉하지 않은 상태라 전해지고 있다. 만약 이번 대회 우승을 하고 나면 한화 구단과 만날 의향이 있나?
"한화 뿐만 아니라 미국 프로구단이라도 다 만나겠다.(웃음)"
이정훈 감독은 갑작스럽게 불거진 한화 새 감독 후보 소식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큰 대회를 앞둔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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