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결전의 땅' 포스트시즌 무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경험'을 무기로 앞세운 SK 선수들에게는 매우 익숙하기까지 한 무대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SK는 올해도 포스트시즌 출전을 예약했다.
SK 선수들 중 가을 잔치를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는 이가 있다. 이적생 박정배다. 만약 박정배가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생애 첫 가을 무대에 서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정규시즌을 10경기 남겨둔 시점. 박정배는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바라만 보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혹시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은 거의 TV로만 봤다. '동료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나는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를 볼 때 소주는 필수였다." 두산 시절 1군 합류도 어려웠던 성적. 박정배에게 포스트시즌은 말 그대로 '꿈의 무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05년 두산에 입단한 박정배는 지난해 방출된 뒤 SK에서 두 번째 선수생활의 기회를 잡았다. 통산 2승 2패 1세이브에 그쳤던 박정배는 이적 후인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24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박정배는 올 시즌 66.2이닝을 책임지며 박희수(77.1이닝)에 이어 팀 내 중간계투 요원 중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9월에는 6경기에 나서 2승 1홀드를 올렸다. 어느덧 박정배는 SK 불펜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월 4경기 출전 후 27일 1군서 말소된 박정배는 한 달 넘게 다시 2군 생활을 해야 했다. 박정배는 "조급했다. 잘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꾸준히 출장 기회를 잡으며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욕심을 내려놓자 모든 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안타를 맞으면 눈치를 봤다. '또 2군 가겠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안타를 맞아도, 다음은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주신 덕분이다. 이 차이가 정말 크다." 부담이 사라진 마운드는 그가 이전에 알던 곳이 아니었다.
그가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낸 성적은 3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0이다. 지난 7월 13일 두산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프로 데뷔 후 첫 선발승을 따내기도 했다.
"코치님이나 동료가 다들 놀라더라. 두산에서 보여주지 못한 구위가 나오니까. 그러면 '원래 좋았다'라고 답한다. 능력을 활용 못한 것 뿐이었다. 두산전에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 아닌가. 나를 버린 팀인데. 작년에 얼마나 울었는데…" 간절함과 절박함은 박정배의 또 다른 무기다.
"포스트시즌에서 뛸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한다. '나도 저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이제 '하고 싶다'로 바뀌었다." 포스트시즌 출전은 박정배의 꿈이다. 팀의 2위 수성을 돕고, 가을 무대에도 서고 싶다. 박정배는 "아내에게 아직 결혼반지를 사주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한참 바라봤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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