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롯데 잠수함 투수 정대현은 준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다.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해 1승 2세이브를 올리며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정대현이 있어 롯데가 버틸 수 있었다"고 정대현의 활약에 높은 점수를 줬다.
포스트시즌 롯데의 새로운 클로저로 낙점된 정대현의 위력에 SK 타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박정권은 "갑자기 위로 솟아오르고, 가운데서 바깥으로 떨어지고… 초반처럼 컨트롤이 불안하면 모르겠지만, 지금 공은 공략하기 어렵겠더라"고 말했다. 이호준도 "커브 방향이 네 가지다. 시작은 같은데 떨어지는 곳은 다 다르다. 쉬운 볼이 아니다"고 했다.
SK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고된 훈련을 견뎌냈던 동료들은 이적하긴 했지만 그의 선전이 반갑기만 하다. SK 선수들은 정대현의 성공적인 새 출발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이제 적으로 마주 서야 한다. SK와 롯데는 16일부터 문학구장에서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먼저 3승을 올리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벼랑 끝 승부다.
신경전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SK 선수들은 정대현의 구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그래도 의식은 안 한다. 똑같은 선수 중 하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실력은 인정하지만, 결코 주눅들지 않는다.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다. 이호준의 말에서 SK의 '정대현 공략법'을 찾을 수 있었다.
9일 열린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1차전에서 8-5로 역전승을 거둔 롯데는 2차전서 8회까지 1-1로 팽팽히 맞서다 9회초 용덕한의 솔로홈런이 터져 2-1 리드를 잡았다. 9회말만 잘 막으면 극적인 2연승을 거둔다.
9회말 첫 타자 김현수가 중전안타로 출루했고, 투수는 강영식에서 정대현으로 교체됐다. 김현수의 대주자로 민병헌이 나섰고, 무사 1루에서 4번 타자 윤석민은 정대현의 초구에 번트를 댔다. 이를 3루수 황재균이 재빨리 잡아 유격수-2루수로 연결되는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다음 타자 이원석은 2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섰다. 경기는 롯데의 2-1 승리로 끝났다.
이호준은 이 상황을 떠올리며 "우리 같았으면 그 상황에서 절대 번트 안 댄다"고 말했다. 언더핸드 투수의 특징과 정대현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대현이 견제에 약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1루에 빠른 주자가 나가면 살 확률이 높다. 또 (정)대현이는 공 1개를 아끼려는 투수다. 견제할 힘을 아껴서 홈에 던진다는 생각을 하는 선수다."
이호준은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면 우리는 번트 대신 도루를 택했을 것이다. 그다음이 번트다"고 말했다. 무사 2루에서 번트로 만든 1사 3루. 희생플라이 하나면 동점이 된다. 이후 흐름을 탄 공격력이 어떤 힘을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호준의 시나리오대로라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정대현은 SK 시절이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총 48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김광현(55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다.
이호준은 "한국시리즈 직행했을 때를 제외하고, 그동안 치렀던 포스트시즌 중 이번이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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