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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 "완벽남에 대한 기대, 부담스러웠다"(인터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서 연쇄살인범 이두석 역

[권혜림기자] 흰 피부, 웃을 때면 가늘게 휘어지는 눈매는 배우 박시후의 미묘한 매력을 살리는 포인트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를 지녔음에도 그간 그에게 주어진 캐릭터는 주로 '차가워 보이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전형적 매력남이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그런 면에서 배우 박시후의 새로운 얼굴을 제대로 발굴해 낸 작품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살인 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 살인범 이두석으로 분한 박시후는 그간 보여준 젠틀한 이미지에 섬뜩함을 얹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18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박시후를 만났다. 브라운관에서 쌓아 온 이미지를 첫 스크린 도전작에서 말끔히 씻어버리기로 작정했을만큼, 박시후는 변신에 목말라 있었다.

"드라마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렸어요. 백마 탄 왕자 같은 역을 주로 했는데 확 다른 모습을 찾고 있었죠. 팬 분들도 기대하고 계시지만 저 역시 기대가 돼요. 데뷔 때부터 그런 이중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었거든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역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많이 떠들고 다녔더니 결국 이뤄진 셈이죠.(웃음)"

극 중 이두석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다. 박시후는 해석되지 않는 묘한 눈빛과 속을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로 얄미우면서도 미스테리한 두석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박시후는 "사실 평소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며 웃었다.

"이두석은 살인범인 동시에 매력적인 인물이예요. 얄미우면서도 (과오를) 반성하는 뉘앙스도 줘야 하는데, 그 사이의 차이가 미세하다 보니 연기하기 어려웠어요. 섬세한 차이였거든요."

박시후는 "그 외에도, 영화 속 한 신도 쉬운 장면이 없었다"는 말로 촬영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겨울에 비를 맞으면서 찍은 장면이나 수영장에서 뱀에 물리는 장면, 불어터진 자장면으로 얼굴을 맞는 장면 등 독특한 장면들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12월에 차가운 물에 들어가 촬영한 수영장 신은 가장 힘들었어요. 따뜻한 물에서 수영을 좀 하고 나오면 되겠구나 했는데 김이 나오면 안 되니 차가운 물을 썼거든요. 평소 체력도 좋고 3~4일 밤 새는 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인데도 차가운 물에 5분을 들어가 있으니 몸이 얼더라고요. 그 땐 처음으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박시후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완벽남의 이미지는 실제 모습과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낯을 가리는데다 말을 하기보단 듣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은 사람들로부터 종종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는 극 중 멋진 이미지를 기대하고 다가온 여성들은 없었냐는 질문에 "왜 없었겠어요"라며 웃어보였다.

"제가 연기한 모습들 중 좋은 면만을 보고 기대를 품은 채 다가오는 사람들이 부담이 된 적도 있어요. 저에 대해 잘 보여주지 않으니 오해를 사기도 했고요. 컨디션이나 분위기, 상대방에 따라 기분을 타는 편인데다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그렇지만 '오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겐 다 보여주는 편이예요."

'공주의 남자' '역전의 여왕' '검사 프린세스' 등 여러 작품들을 통해 브라운관 인기 연기자로 올라선 그에게 배우란 어떤 의미일까. 박시후는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직업"이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 선입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성향이 강해 구속받는 것을 싫어해요. 여가에는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다니죠. 작품이 끝나면 가까운 일본의 료칸 같은 시골에 가서 2~3일을 쉬고 오기도 해요.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것보다, 그 날 새벽에 생각나면 바로 떠나는 식이예요. 그런 재미가 좋아요.(웃음)"

한편 '내가 살인범이다'는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살인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과 법으로는 그를 잡을 수 없는 형사의 끝나지 않은 대결을 그린다.

사건 담당 형사였던 최형구(정재영 분)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과 자신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범인 이두석(박시후 분)에 대한 분노에 시달린다. 최형구는 미남형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로 스타가 된 이두석을 처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병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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