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기다렸던 우승이었다.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경남FC와의 결승전을 승리로 이끌어내 팀에 통산 세번째 우승을 안겼다. 후반 14분 박성호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며 포항은 1-0으로 이겼다.
현역 시절 늘 정상의 자리에 섰던 황선홍 감독은 2007년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감독에 데뷔했다. 그에게는 스타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K리그 정규리그 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단기 토너먼트 대회인 컵대회에서는 종종 재미를 본 그다. 그렇지만, 우승 목전에서 미끄러지며 달갑지 않은 '준우승 징크스'를 떠안았다.
2009년 리그컵 결승전은 잊고 싶은 한 판이었다. 부산은 포항과 홈 1차전에서 1-1로 비기며 가능성을 봤고 2차전 원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원정 2차전에서는 굴욕적인 1-5 대패를 당했다. 지도자로 큰 경기에서의 대처법을 몰랐고 전력 면에서도 포항에 뒤졌다. 실점할 때마다 황 감독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역 시절 포항의 검붉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곳에서의 패배라 더욱 쓰렸다.
2010년 FA컵 결승전은 절호의 기회였다. 상대는 당시 리그에서 부진하던 수원 삼성이었다. 황 감독은 수비벽을 두껍게 하고 단 한 번의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수원에 맞섰다. 부산과 계약 마지막 해라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됐던 황 감독이었기에 수원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수원이 수비적으로 나오면서 당황한 쪽은 부산이었다. 침착하게 선수들을 독려한 황 감독은 공수 균형을 맞추며 골을 노렸다. 하지만, 잘 되던 수비가 수원 염기훈의 돌파 한 번에 무너졌다. 염기훈이 아크 정면에서 시도한 왼발 감아차기가 그대로 수비를 통과해 골망을 흔들었다.
황 감독은 두 차례 결승전 실패를 통해 경기 운영 노하우를 얻었다. 단 한 판에 모든 게 결정되는 만큼 보통 때의 공격, 수비 전술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포항 관계자는 "황 감독님이 FA컵 우승에 대한 의지가 간절했다. 선수들의 말도 귀담아 듣는 등 좋은 것이라면 뭐든지 해보려고 노력했다. 곁에서 지켜봐도 '이번이 우승의 적기'라는 마음이 묻어 나왔다"라고 전했다.
황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세 번째 정상 도전 무대인 경남FC와의 2012 FA컵 결승전. 황 감독이 이끄는 팀은 부산이 아닌, 친정팀 포항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날 경기서 공격형 미드필더 황진성이 부재한 가운데 황 감독은 측면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전력상 열세인 경남이 수비적으로 나와 노장 공격수 노병준의 경험을 더해 공격적으로 압박했다.
경남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끈끈한 수비에 순식간에 공격으로 전환하는 매서움을 보였다. 경남이 FA컵에 올인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로 빡빡하게 포항에 맞섰다. 그러나 포항도 잘 버텨냈다. 그리고 0-0으로 연장까지 치러 승부차기로 넘어가는가 했던 연장 후반 14분, 올 시즌 황 감독의 질책을 많이 받다 여름부터 깨어난 공격수 박성호가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며 극적으로 우승을 맛봤다.
황선홍 감독의 준우승 징크스를 날려버린 시원한 결승골이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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