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최정의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지고 있다.
시작은 한국시리즈 1차전의 실책성 플레이였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시리즈 1차전, 7회말 1사 2루에서 삼성 대주자 강명구가 배영섭의 내야안타 때 홈을 밟았다. 배영섭의 2루쪽 깊숙한 타구를 잡은 2루수 정근우가 오버런한 강명구를 노리고 3루로 송구했으나, 이미 3루를 돈 강명구는 과감하게 홈까지 내달렸다. 공을 이어받은 3루수 최정이 잠시 멈칫하느라 홈 송구가 늦어졌다. 2-1 박빙의 리드에서 점수를 3-1로 벌린 강명구의 재치있는 플레이였다.
이 상황을 두고 SK 선수들 사이에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은 "최정이 주자를 못 봤다. 이를 인지했을 때는 주자가 이미 베이스를 돌고 난 후였다. 공부한 셈이다"라고 최정을 탓하기보다는 위로했다.
누구보다 아쉬운 이는 물론 최정이었다. 오버런했던 강명구의 3루 귀루를 염두에 둔 플레이였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1차전 종료 후 최정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빈틈을 보여주면 안 되는데. 우리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어요!"
2차전을 앞두고 원정경기 룸메이트인 정근우의 증언이 이어졌다. "(최)정이가 혼자 앉아 소리를 지르더라. 마지막 실점 상황 때문에 속상해서 잠을 못 자더라." 최정은 "차라리 타구를 놓치는 게 낫지, 그런 플레이는 진짜 열받는다"면서 여전히 아쉬움을 털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완벽한 수비를 지향하는 최정이라 더욱 미련이 남았다. 최정은 "거기서 (강명구가) 돌아와야 하는데, 왜 홈까지 뛰어버려서…"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1차전을 내준 SK는 다음날 2차전에서도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SK는 이제 우승하려면 4승을 올려야 한다. 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진 타선의 침묵이 문제다. 3번 타자 최정은 한국시리즈 들어 8타수 1안타 타율 1할2푼5리에 머물고 있다. 4안타를 때린 정근우를 제외하고 SK 타자 중 2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없을 정도다. 한국시리즈 팀 타율은 1할6푼4리다.
방망이도 잘 돌아가지 않는데 실책성 플레이로 뼈아픈 점수까지 내줬으니 근성으로 뭉친 최정이 잠이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최정은 "한국시리즈의 부담은 플레이오프와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정근우도 "매일 나서는 타석이지만, 경기 전에는 항상 떨린다. 설렘도 있고, 부담도 있다"고 털어놨다.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선수들은 이 무대에 익숙해져 있을 만하지만, 큰 경기가 주는 긴장감은 여전했다.
27일 장소를 문학구장으로 옮겨 열리는 운명의 3차전을 앞두고 SK 선수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최정의 날선 각오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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