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19살 신인. 첫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 그러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마치 재미있는 놀이터를 발견했다는 표정이다. 삼성 마운드의 '허리' 심창민은 당차고 패기 만만했다. 웬만한 고참들도 살이 떨린다는 '가을 야구'를 그는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4순위)로 지난해 입단한 심창민은 올 시즌 삼성의 '복덩이'로 부상했다. 사이드암으로서, 150㎞ 가까운 강속구와 각종 변화구를 구사하는 그는 그렇지 않아도 두터운 삼성 불펜의 '핵심 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37경기에 등판, 2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1.83이란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투수의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09다. 39.1이닝 동안 피안타 26개, 볼넷 17개를 허용했다. 볼넷이 조금 많은 편이지만 그의 구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해주는 수치다.
심창민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이번 시리즈의 키플레이어로 지목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3차전이 비로 최소된 27일에도 그의 주위에는 적지 않은 취재진이 몰렸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관심을 즐기는 듯했다.
"긴장 같은 건 안 되네요. 떨리지도 않아요. 아무래도 보직이 중간계투이다 보니 시즌 때도 위기 상황에서 주로 등판했죠. 상대 중심타선을 잡아내는 게 임무였어요. 롯데에선 홍성흔, 강민호, 두산에선 김현수, 넥센과 할 때는 강정호, 박병호 선배님들을 막아야 했죠. 그래서 그런지 한국시리즈라고 몸이 얼거나 하는 건 없네요."
심창민은 지난 24일 대구 1차전에 등판했다. 2-1로 삼성이 리드하던 6회초 1사 2루에서 선발 윤성환을 구원했다. 안타 하나면 경기가 원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SK 중심타자인 최정과 이호준을 잇따라 범타처리하고 불을 껐다. 7회에는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강민 타석 때 안지만과 교체됐다.
류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공은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제구가 불안했다. 볼이 많아서 안지만과 교체했다"고 했다. 심창민은 이에 대해 "떨려서 공이 안 들어간 건 아니다. 다만 원정팀 치어리더가 대구까지 내려오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고 했다.
심창민은 "한국시리즈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우리는 확실한 투수들이 있는 팀이다. 안지만, 오승환 선배가 나오면 게임이 바로 끝난다"며 "나도 그런 투수가 되고 싶다. 내년에는 두 선배처럼 확실하게 팀 승리를 책임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심창민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불펜의 히든카드로 활약하고 있다. 선발이 내려가면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는 '5분 대기조'다. 류 감독은 "심창민은 삼성의 미래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아기 사자'가 '폴클래식'에서 크게 포효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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