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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등권 감독의 쓰라린 가슴속 이야기


[최용재기자] 현역시절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였다. 하지만 K리그 감독으로서 그는 지금 '어둠의 터널' 속을 걷고 있다.

팀이 강등권 위기에 처해 있다. 강등권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쓰고 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의 가슴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K리그에서 처음 시행되는 강등이라는 제도 앞에 서 있는 그는 몸도 마음도, 정신도 모두 지쳐가고 있다.

요즘 그는 사람을 통 만나지 못하고 있다. 성적이 좋으면 주변 지인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눌텐데 팀 성적이 좋지 못하니 그저 숨고 싶어졌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시간이 꽤 흘렀다.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으니 스트레스는 늘어만 간다.

강등권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감독의 스트레스를 더욱 증가시킨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도 스트레스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상의 전력을 꾸려도 힘든 상황에 선수들의 이탈은 감독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고 있다.

강등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다른 팀의 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도 다른 팀 경기가 있으면 휴대폰으로 결과를 확인한다. 강등권 경쟁팀들이 지기를 바란다. 그 팀에 미안하고 때로는 염치없어 보이지만 할 수 없다. 간절히 경쟁팀들이 패배하기를 바라야만 한다.

선수 시절에는 약을 모르고 살았다.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끝까지 참았다. 그런데 감독이 되니 가끔씩 약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마음의 병이 있어 매일 속이 쓰리고 울렁거린다. 위경련약, 수면제 등은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했다.

강등제가 시행되면서 이를 보는 축구팬들은 즐겁다. 하지만 실제 생존경쟁에 내몰린 당사자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안고 산다. 이 감독 역시 강등제가 필요한 시스템이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올 시즌 처음 겪는 일이고, 소속팀이 강등권에 머물고 있으니 받아들이기 힘들다. 너무 괴롭고 부담감에 짓눌린다. 속이 타들어간다. 쓰라리고 아프다. 선수들의 부담감 역시 눈에 보일 정도로 무겁다.

이 감독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 마지막 경기까지 가서 강등이 결정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 1경기라도 남아 있을 때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짓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가면 너무 잔인하다. 힘들고 감당하기 벅차다. 스스로를 믿고 선수들을 믿어 마지막까지 가기 전에 잔류를 확정지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승점 37점 리그 13위 전남의 하석주 감독. 승점 35점 14위 강원, 승점 33점 15위 광주와 치열한 강등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살이 쏙 빠진 하 감독의 얼굴과 웃음을 잃은 표정, 갈라진 입술이 현재의 마음고생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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