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 수뇌진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재계약에 실패한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에 이어 양승호 감독마저 사실상 경질됐다. 이제 롯데 감독은 '영광스럽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자리'로 여겨진다. 구단의 의중은 명확하다. '우승 아니면 필요없다'는 거다. 이런 의욕의 배경에는 '현재 롯데는 우승이 가능한 전력'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야구계의 일반적 인식은 다르다. 지난 겨울 롯데의 주포였던 이대호가 FA 자격을 얻어 일본 오릭스로 이적했다. 타선의 중심에 구멍이 크게 났지만 뚜렷한 전력 보강은 없었다. 여기에 주축 선발요원 장원준이 군에 입대한 공백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컸다. FA 시장에서 정대현과 이승호를 보강하긴 했지만 이들은 불펜 투수들이다. 붙박이 선발과 4번타자의 공백은 여전했다.
이대호와 장원준이 있을 때도 롯데가 우승전력이라고 믿는 야구인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투타의 주력 요원이 한꺼번에 빠진 상황에서 롯데가 우승할 것이라고 확신 내지는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롯데 수뇌부는 "무조건 우승"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2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하는 프로야구 팀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롯데는 지난 8월25일 거창한 행사를 치렀다. 사직야구장 박물관에서 창단 30주년 기념 '타임캡슐 봉인식'을 열었다.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각계 내외빈이 모두 참석한 공들인 자리였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롯데는 올해로 창단 31년째다. 그러나 우승 횟수는 단 2번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우승한 게 정확히 20년 전인 1992년이다. 이 기간 중 우승의 단맛을 보지 못한 구단은 롯데 뿐이다. 구단 상층부의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력이 안 되는 팀을 의욕만으로 우승권에 올려놓을 수는 없다. 올 시즌 개막 전 롯데가 우승은 둘째치고 4강에 오르기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도 사실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의 밑도 끝도 없는 '우승 채근'에 버텨낼 지도자는 없다.
양승호 감독은 그간 틈만 나면 집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고 싶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압박이 말 못할 만큼 컸다는 얘기로 야구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면서 양 감독은 사퇴의사를 밝혔고, 구단 발표로는 자진 사퇴이지만 '사실상 경질'돼 롯데를 떠나게 됐다.
롯데는 차기 감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누가 사령탑에 오르든 빠른 시일 내에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할 각오와 자신감, 그리고 구체적 '실행 플랜'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제2의 로이스터' '제2의 양승호'를 면하기 어렵다는 게 야구계의 인식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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