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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과 경고 부담에 살 떨렸던 울산의 90분


[이성필기자]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에 나섰던 울산 현대는 전북 현대와 4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3-2로 이기며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1-4로 대패했다. 조별리그부터 '역전의 명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전을 거듭해왔던 전북의 화끈한 경기력을 간과한 것이다. 현대가(家) 형제 겨루기에서 아우가 늘 형에게 밀렸던 전력을 믿고 여유있게 경기에 나섰다가 큰 코를 다친 것이다.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31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2 AFC 챔피언스리그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4강 2차전을 조심스럽게 준비했다.

울산은 1차전 원정에서 3-1로 이겼다. 해외 원정에서 이긴 뒤 지난 28일 수원 삼성과 K리그 37라운드에는 분요드코르전에 나섰던 선발 11명 중 골키퍼 김영광을 제외한 10명을 모두 제외할 정도로 2차전 홈경기에 공을 들였다.

2차전 준비에서 가장 큰 적은 안일함과 경고였다.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울산이 1차전서 얻어낸 3골은 상당히 컸다. 0-2로 패해도 결승에 오르기에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김호곤 감독은 "축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이다. 모두 방심하지 않겠다"라며 2차전 준비에 허술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뚜껑을 연 2차전은 김 감독의 말대로 긴장 그 자체였다. 마치 첫 경기처럼 신중하게 나섰다. 전반 23분에야 하피냐가 제대로 된 첫 슈팅을 할 정도로 분요드코르의 힘 넘치는 플레이에 애를 먹었다.

울산이 조심스러웠던 이유는 또 있다. 경고에 대한 부담이다. 골키퍼 김영광을 비롯해 수비수 강민수와 곽태휘, 미드필더 이호, 공격수 김신욱과 하피냐 등이 모두 경고 1장씩 안고 있었다. 1장만 더 받으면 결승전에 나설 수 없다.

경고누적에 대한 아픔은 지난해 전북이 좋은 교과서였다.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 조성환이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4강 2차전에서 경고를 받아 누적되면서 알 사드(카타르)와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다. 전북은 조성환의 공백을 심우연, 손승준이 메웠지만 역습에 대처하지 못하고 2-2로 비기며 승부차기에서 패해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핵심 자원의 결장은 울산에도 뼈아픈 일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최대한 경고를 피하기 위해 몸싸움 대신 지역 방어로 수비 중심의 전략을 짰고 분요드코르는 이를 간파해 시작부터 거세에 몰아붙였다.

경고 부담은 경기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전반 29분 강민수가 볼을 차단하다 발을 높이 올렸다. 상대는 넘어지면서 짜증을 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민수는 주심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주심은 구두경고로만 넘어갔다.

이후에도 비슷한 장면마다 울산 벤치는 주심의 손만 바라봤다. 다행히 울산은 큰 문제없이 시간을 보냈고 후반 15, 28분, 30분 이호, 김신욱 곽태휘 등 각 포지션의 핵심 자원들을 차례로 교체하며 한숨을 돌렸다. 값진 2-0 승리는 덤이었고 다음달 10일 홈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조이뉴스24 울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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