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안타를 꼭 쳐야 한다기보다는 출루가 우선이죠." 삼성 라이온즈 배영섭은 SK 와이번스와 맞붙은 2012 한국시리즈에서 팀의 붙박이 1번타자로 나오고 있다.
배영섭은 정규시즌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았다. 주로 1번 타순에 나서긴 했지만 상대 선발 투수 유형, 그리고 타격 컨디션에 따라 2번 또는 9번 자리에 배치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류중일 감독의 신임 속에 톱타자로 매경기 출전하고 있다.
배영섭은 SK의 1번타자로 나오는 정근우와 종종 비교된다. 두 선수 모두 빠른 발을 갖고 있고 한 경기에서 충분히 멀티히트를 쳐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영섭은 정근우를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
배영섭은 "상대팀 선수 성적에 대해 신경을 쓸 틈이 없다"고 웃는다. 그는 "1번타자라고 해서 특별하게 부담은 없다"며 "그러나 아무래도 출루하는 데 더 신경을 쓰긴 한다"고 했다.
배영섭은 지난달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4차전에서 3안타를 쳤다. 그러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날 삼성이 1-4로 SK에게 졌기 때문이다. 배영섭은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이기 때문에 개인기록보다는 팀 승리가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팀이나 나도 우승이 목표"라며 "그래서 빨리 승리를 확정하고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동일이던 30일 삼성 선수들은 특별한 일정 없이 휴식을 취했다. 자율훈련을 해도 된다는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내려왔는데 배영섭은 어김없이 배트를 손에 쥐었다. 룸메이트이자 한국시리즈에서 나란히 1, 2번 테이블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정형식과 함께 방망이를 휘둘렀다.
배영섭은 "안타를 치는 건 좋다. 하지만 볼넷과 사구로도 출루가 가능하다"며 "어떻게 하든 많이 나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내가 맡은 임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배영섭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3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배영섭은 "맞아서라도 1루에 나가겠다"며 "아픔을 느낄 틈이 없다"고 웃었다. 비록 8-12로 역전패했지만 3차전에서 배영섭의 사구는 득점으로 연결됐다.
배영섭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약속이나 한 듯 SK 정근우도 똑같이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배영섭은 실망하진 않는다. 타격감이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시리즈를 치르는 기간 동안 타격 컨디션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나쁘진 않다"고 했다.
삼성은 5차전에서 윤성환, 안지만, 오승환 등 철벽 마운드의 힘으로 SK에게 2-1로 승리를 거둬 시리즈 우승까지 이제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6차전에서는 지난 25일 2차전에 나왔던 SK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를 다시 상대한다. 배영섭은 2차전 당시 마리오에게 좋은 기억이 있다.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배영섭은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선제 2타점 2루타를 쳤다. 배영섭의 타구는 2차전 결승타가 됐다. 6차전 배영섭의 활약을 예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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