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한국시리즈 6차전은 싱거웠다. 경기 전 삼성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래도 이토록 일방적으로 흘러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삼성의 숨겨진 힘이 한꺼번에 폭발한 경기였다. 우승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SK의 추격 의지를 경기 초반에 완벽하게 꺾어버렸다. 삼성은 그만큼 강했다.
◆1회초 선취점이 모든 걸 좌우했다. 1회 얻은 점수는 1점이지만 삼성에겐 10득점의 효과를, SK에겐 10실점의 영향을 미쳤다. '막판'에 몰린 상황에서의 선취 1점은 그만큼 무거웠다. 선두 배영섭과 정형식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1,3루. 4번 최형우는 중견수 깊숙한 플라이로 배영섭을 불러들였다. 삼성의 발걸음이 가벼워진 득점이었다. 반대로 SK에겐 갈 길이 멀게 느껴진 1점이었다.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진 경기는 4회초에 후끈 달아올랐다. 삼성 타선의 무서움이 발휘된 이닝이었다. 삼성은 4회에만 10명의 타자가 나서 4안타와 볼넷 3개로 6득점, 승부를 사실상 초장에 끝내버렸다. 특히 시리즈 내내 침묵하던 박석민이 가장 중요한 순간 폭발했다. 1사 뒤 최형우가 우전안타로 살아나가자 박석민은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20m짜리 투런홈런을 작렬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낸 박석민은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두 팔을 치켜들며 펄쩍펄쩍 뛰었다.
이것으로 삼성은 만족하지 않았다. 조동찬, 김상수의 볼넷에 이어 배영섭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선 이승엽이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주자일소 3루타를 때려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7-0. SK 덕아웃이 망연자실해진 순간이었다.
◆SK 타선은 삼성 선발 장원삼의 절묘한 제구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4회말 2사 뒤 최정이 좌측 2루타를 친 게 이날 첫 안타이자 장원삼을 상대로 뽑아낸 유일한 안타였다. 이만수 SK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가수 싸이의 본명과 이름이 같은 박재상을 불러 말춤을 추게 했다. 유쾌한 광경에 선수들은 박장대소하며 기분전환을 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가 시작되자 SK 선수들은 얼어붙었다. '이날 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좀처럼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결국 타선이 장원삼 공략에 완벽히 실패하고, 투수진이 일찌감치 무너지면서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삼성은 한국 프로야구 최강 전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2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휩쓸면서 통산 6번째 우승이란 금자탑을 쌓았다. 역대 최다 우승팀은 해태 시절 포함 10차례 패권을 차지한 KIA다. 모기업의 막강한 지원과 체계적인 선수단 육성, 관리 시스템을 갖춘 삼성은 누구도 근접할 수 없을 것만 같던 KIA의 위상에 어느새 다가선 모양새다. 당분간 적수가 없어 보이는 삼성 야구의 황금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관심사가 됐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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