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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품은' 가을 스크린, 12월 대선 표심 흔들까


'남영동 1985' '26년' 등 이달 개봉 앞둬

[권혜림기자] 가을 스크린이 정치적 이슈를 담은 화제작들로 유례없이 뜨겁다.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 고문의 실화를 극화한 '남영동 1985'를 비롯, 군부 독재 수장을 암살하는 프로젝트를 다룬 '26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관객에게 선을 보인 'MB의 추억'과 맥쿼리 투자은행 특혜 의혹을 소재로 한 '맥코리아' 등은 또렷한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도에 정치권 이슈를 전면으로 다룬 이들 영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10월과 11월 선을 보이는 정치색 짙은 영화들 중 대다수가 통상 진보 진영이 강조해 온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혹은 직설적으로 설파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인권 수호라는 보편적 메시지와 더불어 독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그러낸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남영동 1985'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에에서 첫 공개된 뒤 영화계 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이슈몰이를 톡톡히 했다. 영화는 지난 2011년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故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 수기 '남영동'을 극화한 작품. 감독의 전작 '부러진 화살'을 이을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영동 1985'는 김근태 전 의원을 모델로 한 주인공 김종태(박원상 분)를 중심으로 고문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파괴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건조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발가벗겨진 채 쉼 없이 물고문과 전기고문, 고춧가루 고문에 시달리는 김종태의 모습은 당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행해졌을 숱한 잔혹사의 단면이다.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1980년대,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투사들을 비롯, 색깔론에 희생되며 비민주적 절차로 고문의 피해자가 돼야 했던 숱한 증인들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이자 유신 독재로 정권을 이어갔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가 영화의 메시지로부터 일견 자유로울 수 없을듯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지영 감독은 "영화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재차 주목받았다. 그는 "대선 후보들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등 대선 주자들을 영화 시사회에 초청하기도 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26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유권자들의 역사 의식에 물음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국가대표 사격선수·현직 경찰·대기업 총수·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008년 영화화가 기획됐다 수차례 무산된 '26년'은 제작두레를 통해 예비 관객들의 투자를 유치한 끝에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총 1만5천여명이 최종 7억원의 제작두레 금액으로 '26년'의 뒤를 받쳤다. 영화의 1호 투자자로 나선 이승환은 물론 김종서와 윤도현, 호란 등 유명 가수들은 OST 작업에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 영화를 향한 지지를 표했다.

'26년'의 영화화에 대한 예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은 원작의 정치적 메시지가 영화를 통해 보다 대중적인 힘을 갖길 바라는 소망으로도 해석된다. 제작두레라는 이례적 방식으로 단단한 지지층을 자랑한 '26년'이 대선 표심의 방향추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보다 직접적인 서사로 정치적 이슈를 생산해 낸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있다.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은 지난 10월18일 개봉해 높은 좌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관객들의 호응으로 애초 예정된 관수보다 많은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영화는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 공약을 되짚는다. 선거를 앞둔 시기 내세웠던 공약과 그 후의 현실을 대조하는 'MB의 추억'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5년 간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을 돌이키며 시선을 모은다.

만성적 정치 불신의 원인을 이 대통령의 사례에 비춰 신랄하게 꼬집은 'MB의 추억'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치인들의 공약이 허공에 흩어지곤 하는 모순적 상황을 상기시킨다. 'MB의 추억'이 대선을 앞둔 현 정국에 더없이 많은 내용을 시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10월18일 개봉한 시사 다큐멘터리 '맥코리아'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을 둘러싼 논란을 소재로 했다. 영화는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 이지형 씨의 관계를 파헤친다. 맥쿼리의 특혜 의혹을 중심으로 현 대통령과 그의 형인 이상득 의원, 그의 아들 이지형 씨를 직접적인 소재로 삼아 관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정황 감독의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는 유신 독재 시대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시선을 모았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이기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유신의 추억'이 현 대선 정국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례없이 다양한 작품들이 정치적 이슈로 영화계를 달구고 있는 가운데, 이들 영화가 12월 표심을 뒤흔드는 바람으로 역할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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