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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박병호의 WBC 탈락이 못내 아쉬운 이유는?


[정명의기자] 시즌 MVP의 대표팀 탈락. 워낙 강력한 경쟁자들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대한민국 거포 계보를 이을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올 시즌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을 차지하며 MVP에 오른 박병호(26, 넥센)가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국야구위원회가 12일 발표한 대표팀 예비명단에 박병호의 이름은 없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박병호의 포지션인 1루에 넘쳐났기 때문이다. 박병호를 밀어내고 대표팀에 승선한 1루수는 이승엽(36, 삼성), 이대호(30, 오릭스), 김태균(30, 한화). 그동안 쌓은 커리어 측면에서 박병호와는 비교가 안되는 특급 스타들이다.

대표팀 선수들을 선발한 한국야구위원회(KB0) 기술위원회는 명단 발표 전부터 1루수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누굴 떨어뜨리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국제대회 경험과 좌우타자 균형을 고려해 박병호의 탈락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박병호의 탈락이 아쉬운 가장 큰 이유는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사실 박병호가 WBC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대표팀 전력에 큰 손실이라고는 볼 수 없다. 기술위의 설명대로 같은 우타자인 이대호, 김태균의 기량은 박병호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이승엽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좌타자라는 장점과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

국제대회를 통해 기량이 급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범호(KIA)다. 이범호는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김동주의 부상에 따른 대체 선수로 대표 선발됐다. 당시 타격에 비해 수비는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범호는 대회를 통해 물오른 수비를 선보인 뒤 공수겸장 3루수로 거듭났다.

이후 이범호는 2009년 제2회 WBC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려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한 뒤 기량을 인정받고 이듬해 일본 소프트뱅크에 입단했다. 국제대회에서 쌓은 자신감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한 케이스다. 이범호 외에도 WBC, 올림픽 등 큰 무대를 경험한 뒤 기량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이야기하는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병호 역시 1루 수비에서는 대표팀에 승선한 3명의 경쟁자에 비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망이 실력도 한 시즌의 활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박병호는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선수다. 기량이 정점에 가까워진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다. 부족한 경험을 이번 WBC를 통해 채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박병호가 성장하는 것은 향후 한국야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당장의 성적을 내는 것 또한 대표팀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다. 이번 WBC에서 지난 대회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한다면 뜨거워진 야구 열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술위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내린 결정이었다.

박병호는 아직 젊다. 결국 스스로 다음 찬스를 잡아내야 한다. 탈락의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은 몸을 잘 만들고 기량을 더욱 연마해 올 시즌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누가 뭐래도 박병호는 미래의 국가대표 '4번타자'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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