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 이병규(38)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후배들이 진주에서 마무리훈련에 여념이 없을 때, 베테랑인 그 역시 잠실구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이병규 뿐만이 아니다. 최동수, 이상열, 김일경, 이진영, 정성훈 등 LG의 베테랑들은 진주 캠프에서 빠진 대신 잠실을 찾는다. 박용택은 집이 가까운 구리구장을 이용한다. 이병규는 "거의 매일 나오는 편이지만 각자 스케줄에 맞춰 알아서 한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러닝 등 기본적인 것들만 하면서 몸을 만드는 단계"라고 말했다.
◆마흔살, 하던 대로 한다
어느새 이병규도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다. 이병규는 "우리팀에는 (나이가) 더 많은 사람도 있질 않냐"며 웃음을 보였다. LG에는 현역 투타 최고령 류택현과 최동수가 있다. 둘은 1971년생으로 1974년생인 이병규보다 세 살이 더 많지만 내년에도 현역으로 뛴다.
마흔살. 어떤 느낌일까. 이병규는 "아무런 느낌 없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냥 하던 대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병규의 날카로운 방망이 실력과 안정감 있는 수비는 예전 그대로다. 올 시즌에도 이병규는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20타수 126안타)을 기록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굳이 꼽자면 훈련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이병규는 "고참이 되면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것, 몸 상태에 따라 알아서 훈련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프로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나이에 대한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병규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지만 '불혹'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병규는 특유의 오기로 이를 역이용하고 있었다.
이병규는 "밖에서는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거나 체력적으로 기량이 떨어진다는 말이 들린다"며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한다. 신체 상태를 유지하려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는 몸 상태는 젊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에도 캡틴 "후배들아 운동에만 전념해라"
올 시즌 주장직을 맡았던 이병규는 내년에도 LG 주장으로서 팀을 통솔한다. 이병규가 주장으로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후배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병규는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올 시즌 아쉬운 성적이 나오긴 했지만 잡음이 없었다는 것은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도 만족감을 보인 부분이다.
팀을 하나로 묶는 노력도 주장의 몫이다.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지난 6월 구단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선수단 전원에게 지급한 적이 있다. 원래는 1군 선수들에게만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이병규가 "줄 거면 다 줘야지 2군은 우리 팀 아니냐"며 전원 지급을 구단에 요청했고 받아들여졌다.
이병규는 "(스마트폰 비용으로) 2~3천만원이면 될 수 있었는데 1억원 가까이 쓰게 됐다"며 "생각을 존중해준 구단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런트와의 소통도 주장의 몫이다.
후배들과 전화, 문자를 통해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하는 편이다. 얼마 전 베테랑들의 진주 마무리캠프 깜짝 방문을 제안한 것도 이병규였다. 이병규는 "후배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가서 격려라도 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내가 잘하는 것이 팀워크고 조직력이다"
LG는 조직력이 약하다? 이병규는 "선수가 약한 거지 조직력이 약한 것이 아니다"라며 세간의 평가를 부정했다.
이병규는 "우리팀 어린 선수들은 주눅이 잘 든다"며 "최고라는 생각으로 건방지게 야구를 하라고 해도 잘 안된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실수한 뒤 덕아웃에 들어오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어 이병규는 "찬스가 돌아오면 '그래, 잘 걸렸다'라는 생각을 하고 타석에 서야 하는데 '못 치면 어떡하지'라며 떠는 선수들이 많다"며 "찬스에서 치는 것과 못 치는 것은 많은 것이 달라진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찬스를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규가 생각하는 조직력과 팀워크는 뭘까. 이병규는 "팀워크, 조직력을 말하며 밀어치기, 번트 등 희생을 많이 강조한다"며 "희생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이다. 내가 잘해서 살아나가야 점수도 나고 팀도 이긴다. 내가 잘하는 것이 팀워크이고 조직력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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