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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 언니' 드로겟, 전북과 아름다운 이별


[이성필기자] 전북 현대의 외국인 선수 드로겟(29)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뛰는 것이 특징이다. 틈이 나면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받는다.

뒤에서 보면 여자라고 착각할 정도로 머릿결이 곱다. 덕분에 전북의 여성팬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드로 언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경기 중에는 머리띠를 하고 나와 찰랑거리는 머리를 고정한 모양새로 현란한 플레이를 펼친다.

전북 팬들은 드로겟을 위해 녹색 머리띠를 준비해 선물했다. 팀 상징색을 강조한 것이다. 전북 구단에서도 '드로겟 머리띠'를 제작해 판매하는 등 재미있는 마케팅을 했다.

칠레 출신의 드로겟은 멕시코 크루스 아술에서 A급 선수로 통했다. 이를 바탕으로 칠레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는 등 실력자로 꼽혔다. 올 초 칠레 국가대표에 부름을 받았을 때 드로겟 스스로 사양하긴 했지만 여전한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다.

드로겟은 전북으로 임대된 뒤 2일 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 44라운드 최종전까지 37경기에 출전했다.

크루스 아술에서 임대로 온 드로겟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K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이내 전북의 닥공에 녹아들며 10골 9도움의 준수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전북은 어쩔 수 없이 그를 크루스 아술로 되돌려보내기로 했다. 이흥실 감독은 "오늘이 드로겟의 마지막 경기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를 괴롭혔던 왼쪽 허벅지 부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허벅지가 빨리 낫지 않으면서 드로겟도 여름 이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기동력에 문제를 일으켰다.

드로겟은 "전북이 나를 꼭 완전 이적시켜주기를 바란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크루스 아술이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게다가 계약 기간으로 제시한 3년 뒤에는 되팔기도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전북은 드로겟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후반 25분 드로겟이 교체 멤버로 등장하자 전북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에닝요와 함께 사랑받는 외국인 선수인 그에게 보내는 애정이었다. 전북에서 마지막 출전임을 잘 알고 있는 드로겟은 죽어라 볼을 따라다니며 공격포인트 작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아쉬움 속에 전북에서의 시즌을 마무리했다. 동료들은 그를 헹가래 치며 그간의 고생을 추억했다. 팬들도 드로겟의 미소에 박수를 보내며 그와 아름답게 이별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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