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류현진(25)의 LA 다저스 입단에 누구보다 심정이 복잡할 선수가 한 명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다 구단 측의 만류로 그 시기를 늦춘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26)이다.
윤석민은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2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 전년도 프로야구 부문 수상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올해 수상자로 뽑힌 박병호(26, 넥센)에게 직접 시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6년간 연봉 총액 3천600만달러(약 39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였다.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있는 윤석민에게 시선이 쏠렸다.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나타난 윤석민은 "꼭 내가 상을 받으러 온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은 뒤 류현진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류)현진이가 가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고 후배의 선전을 기원했다.
윤석민 역시 지난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등 4관왕을 차지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며 체계적인 준비까지 마쳤다.
그러나 윤석민은 2년 뒤 FA 자격을 얻은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시 시도하기로 구단과 합의했다. 내년 시즌을 보낸 뒤 FA 자격을 획득하는 윤석민은 류현진의 뒤를 이어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2호'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1년 후배 류현진이 자신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이 조금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윤석민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오히려 자신감이 엿보이는 말이었다.
윤석민은 "현재로서는 (류)현진이가 갔다고 해서 (내 진로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내가 다음 시즌 어떤 성적을 내고, 어떻게 팀을 우승시킬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면 메이저리그 진출도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취재진으로부터 류현진에게 연락이 있었냐는 질문이 떨어지는 순간 윤석민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 화면에는 '류현진'이라는 이름이 깜빡이고 있었다. 미국 현지에서 걸려온 류현진의 전화. 윤석민은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 두 선수의 두터운 친분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윤석민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류현진의 다저스 입단은 그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 윤석민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엔 윤석민의 계약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전화가 걸려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먼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된 류현진으로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조만간 윤석민은 태국으로 개인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비활동기간이지만 착실히 몸을 만들어 내년 시즌을 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예비 메이저리거' 윤석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시즌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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