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호철! 김호철!" 러시앤캐시와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이 열린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두 팀의 경기가 끝난 뒤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은 러시앤캐시를 이끌고 있는 김호철 감독의 이름을 외쳤다.
원정팀 러시앤캐시를 응원하는 팬들은 아니었다. 홈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힌 응원용 수건과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홈팬이 분명한 이들이 김호철 감독을 응원했다. 이날 두 팀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러시앤캐시가 1, 2세트를 먼저 따냈고 홈팀 현대캐피탈이 3, 4세트를 만회해 마지막 5세트에서 승패가 갈렸다.
경기 결과는 러시앤캐시의 3-2승. 홈 팀의 패배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팬들도 많았지만 러시앤캐시의 승리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현대캐피탈 팬들도 있었다.
더욱이 김 감독은 실업시절인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오랜 기간 현대캐피탈을 맡았기 때문에 천안 팬들에게는 각별한 존재다. 총감독으로 일선 후퇴했지만 러시앤캐시 사령탑을 맡기 전까지 김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에도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의 일원이었다. 홈팀이 아닌 원정팀이 승리를 거뒀지만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을 떠나 러시앤캐시 사령탑을 맡은 뒤 지난 11월 7일 치른 올 시즌 첫 번째 천안 원정경기에선 0-3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어 두 번째 천안 원정경기였던 이날은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고 싶지 않은 감독은 없을 것"이라며 "그래도 왠지 현대캐피탈에게 이기면 마음이 편하진 않다.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벤치에서 큰 동작을 자주 하는 걸로 유명하다. 팀 공격이 성공해 점수를 내거나 승리가 결정되면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실수를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하면 여지 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길 때와 질 때 감정표현에 차이가 거의 없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견줘 김호철 감독의 이런 모습은 팬들에겐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김 감독은 올 시즌 현대캐피탈전에서만큼은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편이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오래 맡았던 팀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현대캐피탈에게 두 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원인 중 하나도 선수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아직 라운드가 많이 남았다"며 "현대캐피탈도 올스타 휴식기 이후 다시 시작될 4라운드부터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팀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에 우리를 상대로 더 세게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러시앤캐시는 새해 1월 2일 안방인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KEPCO와 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러시앤캐시는 3라운드를 4승 1패 호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김 감독은 "그래도 선수들에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했다"며 "과욕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앤캐시는 이제 LIG 손해보험에게만 승리를 거두면 김 감독이 얘기한 1차 목표는 이루는 셈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기존 팀들을 한 번씩은 꼭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삼성화재,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모두 러시앤캐시에게 발목을 잡혔다. 남자 프로팀에서 LIG 손해보험만이 러시앤캐시에게 3전승을 이어가고 있다. 두 팀의 4라운드 맞대결은 1월 19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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