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후배들 앞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표본 같은 연기였다.
'피겨여왕' 김연아(23, 고려대)가 7년만의 국내대회 복귀전을 위기 속 반전으로 마쳤다.
김연아는 5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여자 시니어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4.97점(기술점수(TES) 30.96점과 예술점수(PCS) 35.01점, 감점 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정상 기량의 김연아에게 사실 이번 대회 성적은 무의미했다. 2006년 이후 7년 만에 서는 국내 선수권대회 무대에서 얼마만큼 국내팬들에게 즐거운 연기를 선보이느냐가 관건이었다.
지난해 12월 독일 도르트문트 NRW 트로피에서 201.61점을 받아 1년 8개월의 공백을 화려하게 깬 김연아였기에 국내 복귀전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컸다.
출발은 다소 좋지 않았다. 웜업 도중 넘어져 펜스와 부딪히며 큰 충격을 받았던 영향이 컸다. 활주 연기 도중 넘어지는, 평소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첫 점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해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행점수(GOE)도 0.30점이 감점됐다.
그러나 김연아의 뛰어난 임기응변은 무리없이 잃은 점수 만회로 이어졌다. 트리플플립에서 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붙였다. 그 결과 기본점수 9.40점에 수행점수 1.40점을 더 챙기며 이후 연기에 힘을 얻었다.
특히 올 시즌부터 레벨을 다섯 단계로 세분화한 규정 변경으로 애를 먹이는 요소가 된 스핀이 좋아졌다. NRW 트로피에서 스핀에 다소 아쉬움을 보였던 상황에서 플라잉 카멜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모두 레벨4를 받으며 점수 상승에 도움이 됐다.
김연아의 위기 대응 능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2009 시즌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루프 점프에 실패한 뒤 이어진 트리플 러츠 단독 점프에 더블 토루프와 더블 루프 점프를 연결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당시의 경험은 이후 연기에 도움이 됐다. 김연아는 위기시 대응 메뉴얼을 만들어 돌파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대회마다 위력을 발휘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가 그랬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착지가 흔들려 트리플 토루프를 해내지 못하자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에 더블 토루프를 붙이는, 미리 수립해둔 전략을 구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플라잉 싯 스핀, 레이벡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최고 난이도인 레벨 4를 받는 등 연기의 완성도를 확실히 높였다.
경험 많은 김연아의 이같은 위기관리는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니어 우승자인 조경아(과천중)는 "(김)연아 언니와 같이 연습하면서 많이 배웠다. 점프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법을 잘 알려준다"라며 김연아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야말로 후배들의 완벽한 모델이 된 김연아였다.
조이뉴스24 목동=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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