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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첫 주연작 '7번방', 나는 업혀갔을 뿐"(인터뷰)


영화 '7번방의 기적'서 6세 지능 '딸 바보' 용구 役

[권혜림기자] 오달수는 눈물을 글썽였고, 정만식은 엉엉 울었다. 김정태는 처절한 자기 반성을 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베테랑 배우인 이들에게 그만큼 특별한 작품이었다. 류승룡은 이들을 포함, 김기천·박원상·아역 길소원 등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해 "내가 업혀갈 수 있게 해 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23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류승룡을 만났다. 그는 "함께 한 배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배우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오달수 선배는 눈물을 글썽였고 (정)만식이는 많이 울더라. 김정태는 자기 반성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류승룡의 첫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7번방의 선물'은 그와 쿵짝이 맞은 배우, 감독, 스태프들이 함께 만든 '선물 같은' 영화였다. 한없이 착하고 맑고 순수한 6세 지능의 용구, 그리고 그의 딸 예승(갈소원)은 죄를 지으며 살아 온 7번 방 식구들의 마음을 서서히 정화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용구의 사연은 되려 용구 자신보다 이들의 마음을 더욱 따갑게 건드린다.

7번방 방장인 조폭 소양호는 오달수가, 사기전과 7범의 최춘호는 박원상이 연기했다. 김정태는 꽃미모 간통범 강만범 역을, 정만식은 부부 소매치기범 신봉식 역을 맡았다. 중심 인물 용구는 물론, 7번 방의 식구들을 연기한 모든 배우들은 각자 꼭 맞는 옷을 입은듯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이날 류승룡은 함께 한 배우와 스태프, 감독에게 영화가 완성된 공을 돌렸다. 배우들의 재치가 돋보인 신이나 감독의 섬세함이 빛을 발한 장면들을 이야기하면서는 종일 이어진 홍보 일정에 지쳐있던 눈에서도 반짝 빛이 났다.

환하게 웃는 용구가 소양호의 액션을 그대로 따라하며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은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한 대표적인 장면.

"오달수 선배가 '주먹이 운다'를 찍으며 실제로 그렇게 복싱 연습을 하는 분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달수 형이 그러니까 나도 따라서 액션을 취한 건데, 배우의 관찰력이나 창의적인 힘이 영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지, 상대 배우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소양호의 목숨을 구하며 방 식구들의 호감을 얻게 되는 용구는 그야말로 영화 속 절대선의 상징처럼 비춰진다. 자신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던 교도관(정진영 분)을 불 속에서 구해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어린 나이에 지능이 멈춰 순수해서라고 받아들이기에, 용구의 마음씨는 상식 이상으로 곱다.

"용구에겐 '바보 성자'같은 느낌이 있어요. 딸에 대한 용구의 마음은 리얼리티지만 착한 심성은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뭔가를 던져주죠. 세상을 살면서 때에 찌든 사람들이 자기 환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인물이예요. 사실 어린이들이라고 다 착한건 아니거든요. 용구의 천성이 원체 착한 거죠."

그에게 선악설과 성선설 중 어느 쪽을 믿는 편인지를 묻자 망설임 없는 답이 돌아왔다.

"무조건 선악설이죠. 천성 자체가 착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용구가 '못된 6세'에서 지능이 멈춘 아이였다면 못된 아이였을 거예요. 6세인 우리 둘째 아들도 땡깡을 부릴 때면 못된 구석이 있거든요.(웃음)"

용구와 예승이 열기구를 타고 교도소 하늘을 나는 모습은 관객의 시선을 붙들고 오래도록 놓지 않는 '7번방의 선물'의 명장면이다. 이 때 흘러나오는 용구의 목소리는 장면 자체를 장식한 판타지적 요소를 극대화한다.

"시나리오에서 그 장면을 보며 울컥했어요. 만약 용구가 평범한 아빠였으면 억울한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고, 딸 예승이도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 같아요. 용구가 보다 든든한 아빠였다면 어땠을지,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인다면 더 슬픈 이야기죠."

지능이 6세에서 멈춘 용구, 그런 아빠를 둔 딸 예승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류승룡의 입에선 복지 제도에 대한 화두 역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최근 EBS 다큐멘터리 '행복의 조건:복지국가를 가다'를 관심 있게 봤다는 그는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을 보면서도 펑펑 울었다"고 고백했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싶어 눈물이 나더라고요. 드라마를 보면서는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며 울곤 해요. 그들(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복지 정책에 대한 정서가 이 영화를 통해 환기됐으면 좋겠어요."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한국의 약자들, 주변의 외면 속에 죄를 짓고야 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꺼낸 그에게서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느꼈다. 극 중 용구를 보는 관객들 역시 그런 그의 마음에 한 발 더 다가갈 법하다.

이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7번방의 기적'은 지난 23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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