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우리는 (동계 훈련에서)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에 민감하다. 지난해 수비 리더였던 홍정호(24)의 부상으로 수비라인 전체가 흔들려 목표했던 정규리그 3위를 해내지 못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비라인은 마다스치를 축으로 한용수, 오반석 등이 버티고 있다. 박병주가 광주FC로 돌아가면서 박 감독도 수비 역량 강화를 제1의 고민으로 삼고 있다.
머리가 아픈 와중에 정말 큰 고민이 다가왔다. 26일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는데 오전에 만나는 상대가 부천FC 1995다.
부천FC는 지난 2006년 2월, 당시 부천SK가 연고 이전을 통해 제주로 내려오면서 기나긴 시련끝에 생긴 팀이다. 달리 보면 제주 유나이티드가 연고 이전의 산물인 셈이다.
당시 부천 팬들을 비롯한 축구팬들은 연고이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축구회관과 제주의 모기업인 SK본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니폼을 불태우는 등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해 3월 앙골라와 A매치에서는 붉은악마가 침묵응원으로 연고이전의 문제점을 알리기도 했다.
이후 부천은 새로운 팀 창단을 위해 팬들이 직접 움직였고 지난 2008년 챌린저리그(3부리그)에 참가한 뒤 지난해 부천시의 구단 지원이 담긴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프로 2부리그에 참가하는 영광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부천은 동계 전지훈련지로 제주도 서귀포를 택했다. 1월 초부터 훈련을 시작해 서서히 조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3부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 일부 합류해 부천 정신을 그대로 갖고 있다. 부천의 전성시대에 활약했던 곽경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소위 '연고 이전 더비'가 성사된 셈이다. 당장 이 경기를 두고 제주의 연고이전에 비판적이었던 팬들은 FA컵이나 부천의 1부리그 승격 뒤 극적으로 만나도 모자를 판에 양팀이 왜 연습경기를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과정이 어쨌든 만남 자체는 큰 관심이다. 서귀포 전지훈련지에서도 양 팀의 경기 이야기는 화제 중의 화제다. 시간을 빼서라도 경기를 관전하겠다는 사람들이 다수일 정도다. 제주 변명기 사장은 "우리가 패하면 뉴스가 되는 것이냐"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스토리가 풍부한 경기에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인터넷 생중계도 예정돼 있는 등 연습경기답지 않은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제주도 경기 장소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클럽하우스에서 할 생각이었지만 부천시에서 구단주인 김만수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 관계자 10여명과 서포터 헤르메스가 서귀포를 찾을 예정이다. 편안한 관람을 위해서라도 홈구장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방법을 고심중이다.
박 감독은 "상황이 어찌됐든 많은 분들이 보면 좋은 것 아니냐. 다치지만 않게 했으면 좋겠다. 상대팀 구단주를 비롯한 손님들도 편히 봐야 할텐데 걱정이다"라고 했다.
2005년 부천에서 K리그에 데뷔해 이듬해 제주로의 연고이전을 경험한 뒤 지난해까지 제주에서 뛰었던 박진옥(대전 시티즌)은 "훈련장을 오가면서 부천의 버스를 봤다. 제주와 연습경기를 한다는 소식도 들었다"라며 "훈련을 보지는 못했지만 기분이 묘하더라. 부천 팬들은 정말 열성적이고 선수들과의 소통도 좋았다. 팀이 잘 될 것으로 믿는다. 빨리 1부리그로 올라오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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