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에서 전년도 우승팀과 경기하는 상대팀은 예우 차원에서 디펜딩 챔피언에게 박수를 쳐주기로 했다. 경기 시작 전 원정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미리 일렬로 서서 우승팀 선수들이 입장하면 박수를 치는 것이다.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팀을 예우하는 세리머니를 본뜬 것이다. 지난해 10월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우승팀의 격을 높여주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하지만, 어설픈 프리미어리그 베끼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K리그 공식 개막전은 전년도 정규리그 우승팀과 프로-아마추어 최강자를 가리는 FA컵 우승팀 간 대결이라는 빅카드로 짜여지기 때문에 이런 박수 세리머니가 어색할 수 있다.
올해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은 FC서울-포항 스틸러스전이다. 서울은 정규리그, 포항은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만난다. 포항은 유독 서울 원정에서 약했다. 2006년 이후 9경기 연속 무승(1무8패)으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어떻게든 끊어내고 싶은 아픈 고리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팀에게 박수를 쳐주는 기분은 어떨까,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는 것이 포항 선수단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주장 황지수는 "우리도 FA컵 우승으로 강팀이라는 것이 인정됐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우승한 것을 올해 예우하는 방식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골키퍼 신화용도 마찬가지. 그는 "시작부터 기를 꺾인다는 것은 마냥 좋지는 않을 것이다. 제도가 그렇다면 따라야 하지만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일 것 같다. FA컵 우승팀이 아닌 다른 팀과의 경기 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FA컵 우승의 가치가 정규리그 우승보다 못하냐는 것이 포항 측의 항변이다. FA컵은 경기수가 적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져 각 구단들이 과거보다 열성을 쏟는 대회로 변모하고 있다. 컵대회라지만 우승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그거 확실히 하는 것이냐"라고 박수 세리머니를 되물은 뒤 "구단하고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원정 팬들도 정말 많이 경기를 관람하러 올 텐데 걱정이다"라며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황 감독은 곧바로 여유로운 태도로 변신했다. 포항은 지난해 11월 29일 서울과 마지막 겨루기에서 5-0 대승으로 굴욕을 안겨준 바 있다. 황 감독은 "뭐 박수 쿨하게 쳐주고 이겨버리면 되죠"라며 개막전에 대비해 칼을 갈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조이뉴스24 안탈리아(터키)=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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