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오 레오 레오 레오 레~.' 삼성화재와 LIG 손해보험의 맞대결이 열린 2일 대전 충무체육관. 관중석을 가득 채운 홈팬들은 삼성화재 레오(쿠바)의 공격이 점수로 연결되는 순간마다 응원가를 함께 따라 불렀다.
레오는 홈팬들의 응원에 시원한 스파이크와 짜릿한 서브 에이스로 화답했다. 특히 레오는 3세트 막판 이날 승부를 매조지하는 서브 득점을 연달아 올렸다. 삼성화재가 3-0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서 레오는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28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79.31%나 됐다. 공격 범실 하나만 더 줄였다면 성공률 80%를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레오는 강타만을 구사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1세트에서 삼성화재가 22-18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후위 공격을 시도했다. 상대 블로커들과 후위에 있던 선수들은 레오가 강타를 날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레오는 예상 밖의 선택을 했다. 코트 빈 자리를 노려 연타로 처리해 득점을 올렸다. 같은 점수라도 상대방에겐 힘이 더 빠지는 실점이 됐다.
레오는 2세트 23-18로 리드한 상황에서도 시간차 공격을 강타가 아닌 밀어넣기로 성공시켰다. 이 점수로 삼성화재는 24점째를 올렸고 LIG 손해보험의 추격 의지가 꺾였다.
수비에서도 레오는 이날 몇 차례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1세트 18-12로 앞선 상황에서 LIG 손해보험 까메호(쿠바)는 오픈 공격을 시도했다. 까메호의 강 스파이크를 삼성화재 리베로 여오현이 걷어냈다. 코트 좌측 구석으로 날아간 공을 레오는 끝까지 쫓아갔다. 비록 실점으로 연결됐지만 어쨌든 손에 닿았다. 레오의 수비 집중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레오는 2세트 15-11 상황에서도 팀 득점으로 연결되는 수비 하나를 성공했다. LIG 손해보험 김요한은 오픈 공격을 시도했고 스파이크를 때린 공은 삼성화재 센터 고희진의 손을 맞고 튀었다. 코트와 관중석에 있던 모든 이들이 봐도 블럭아웃으로 LIG 손해보험의 득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후위에 있던 레오는 큰 키를 이용해 밖으로 나가는 공을 살려냈다. 여오현은 이를 2단 토스로 박철우에게 연결했고 공격은 성공했다. 상대팀 점수가 될 상황이 레오의 수비로 오히려 반대가 된 셈. 16-11로 앞선 삼성화재는 여세를 몰아 2세트도 가져갔다.
삼성화재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고희진과 석진욱 등 고참선수들은 레오에 대해 '영리한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배구 아이큐라는 항목이 있다면 최상위급에 속한다고 주저 없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고희진은 "레오는 배구에 관한 센스가 정말 뛰어나다"며 "아직 어린 나이지만 어쩔 때 보면 꼭 30대 베테랑이 코트에 나와 뛰는 것 같다. 경험을 더 쌓으면 더욱 대단한 선수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레오는 처음 삼성화재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앞선 세 시즌 동안 팀 공격의 핵을 이뤘던 가빈 슈미트(캐나다)와 견줘 호리호리한 체격 때문에 파워가 떨어지고 시즌이 진행될수록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레오의 체력은 이상무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레오는 시즌 초반과 견줘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며 "오히려 지금이 더 낫다"고 얘기했다. 신 감독은 "4라운드 시작할 때 솔직히 3승 2패 정도면 만족이라고 봤다"며 "레오가 꾸준히 제몫을 해주고 있고 여기에 박철우까지 살아나면서 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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