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는 류현진(25, LA 다저스)에게 근심거리가 생겼다. 다저스 내야의 왼쪽 라인 수비가 불안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이 주무기로 땅볼 유도에 일가견이 있는 류현진으로선 캠프 시작 전부터 주의보가 떨어진 셈이다.
올 시즌 다저스의 내야는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 2루수 마크 엘리스,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에 3루수 루이스 크루스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유격수와 3루수 수비가 부실해 벌써부터 구단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격수 라미레스의 수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호타준족인 라미레스는 뛰어난 타격능력과 달리 수비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오랫동안 유격수로 활약해온 그는 지난 시즌 초반 수비 능력 부족으로 3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팀 사정상 유격수로 원위치했다.
라미레스의 수비력은 내세울 수준이 못 된다. 유격수로 출장한 57경기서 실책 6개를 기록한 그는 수비 범위를 측정하는 레인지팩터(3.89)가 리그 평균(4.21)에도 못미쳤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이번 스프링캠프서 라미레스가 수비 훈련에 전념해주기를 바랐으나 라미레스는 구단의 의도와 달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미니카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문제는 도미니카 대표팀에선 라미레스가 유격수를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미겔 테하다 등 그보다 뛰어난 유격수가 더 많아 라미레스는 대표팀에선 3루수를 봐야 할 처지다. 2월 중순부터 대회 기간 한 달 가량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훈련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대회가 끝난 뒤 다저스 캠프로 복귀해서는 다시 유격수로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
캠프 내내 유격수 훈련만 소화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다저스의 걱정이다. 7일(한국시간) USA 투데이에 따르면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캠프 내내 유격수 수비 훈련만 시키고 싶은데, 여의치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3루수도 문제다. 다저스는 수비력이 뛰어난 베테랑 3루수 스캇 롤린 영입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네드 콜레티 단장은 "롤린에 관심은 있지만 우리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롤린 영입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이 경우 다저스의 핫코너는 예정대로 크루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크루스는 3루수가 원래 포지션이 아니다. 지난해 3루수로 51경기에 출장하긴 했지만 빅리그 4시즌 동안 유격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유격수로 910경기에 나선 반면 3루수로는 101경기 출장에 그쳤다.
유격수와 3루수는 내야 땅볼의 대부분을 소화해야 하는 위치다. 특히 땅볼 유도에 강점을 가진 왼손 투수들에게 내야의 왼쪽 라인 수비는 매우 중요하다. 메이저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류현진 역시 수비수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오른손 타자들의 땅볼을 다수 유도하는 경향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다저스 내야진의 수비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캠프 시작 전부터 우려를 사고 있는 실정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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