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빅3'의 결정적 한 방이 이번에도 터질 것인가.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이대호(오릭스) 등 거포들이 쏘아올릴 홈런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손쉽게 주도권을 끌어오거나 기울어 있는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홈런의 힘은 무섭다. 시간이 지난 뒤 돌아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는 항상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포함돼 있다.
한국 야구가 올림픽, WBC 등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도 항상 누군가의 결정적 한 방이 있었다. 이승엽과 김태균, 이대호가 주인공이었던 적이 많다. 이번 제3회 WBC에서도 이들 3인방에게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많이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린 선수는 두말 할 것 없이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2006년 제1회 WBC에서 무려 5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에서도 결정적인 홈런 2개를 터뜨렸더다. 한국야구가 2006년 WBC에서 4강,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승엽의 힘이 컸다.
아직까지 야구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장면도 많다. 2006년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도쿄돔 상단에 꽂힌 역전 투런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터진 역전 투런포,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터뜨린 선제 투런포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엽이 빠진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김태균이 '결정적 한 방'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김태균은 3방의 홈런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겨 이듬해 일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3방의 홈런 중 압권은 일본 간판투수 마쓰자카를 상대로 도쿄돔 상단 간판을 통타한 홈런이었다.
이대호 역시 국제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홈런 3방을 터뜨린 이대호가 없었다면 금메달 획득도 쉽지 않았다. 이대호의 홈런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를 상대로 하나씩 나왔는데, 특히 일본전 0-2로 뒤지던 7회초 와다 쓰요시를 상대로 작렬시킨 동점 투런포가 인상적이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번 WBC에서는 이들 세 선수를 한꺼번에 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세 선수 모두 포지션이 1루수다. 한 명을 지명타자로 출전시킨다고 해도 한 명은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도 "세 선수의 기용법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한 명은 대타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가 동시에 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세 선수가 불러일으킬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들 중 한 명이 벤치에 앉아 있는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경기 막판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상대팀들도 이들 거포 3인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 대표팀 전력이 역대 가장 약하다는 평가 속에 오히려 타선은 가장 강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다름아닌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의 존재 때문이다.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 명장면으로 기록될 이들 거포 3인방의 '결정적 한 방'은 이번 대표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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