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성남 일화 미드필더 윤빛가람(23)은 지난해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31경기에서 1골 3도움에 그치며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그에게 2012년은 최악의 한 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탈락해 런던 올림픽 본선에 참가하지 못했다. 대표팀 동료들은 동메달을 획득하며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윤빛가람은 소속팀 성남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심연속으로 빠져들었다.
설상가상, 윤빛가람의 유럽 이적설은 끊이지 않았다. 실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탓에 윤빛가람의 이미지는 언제든지 팀을 빠져나갈 선수로 찍혔고 존재감은 희미해져갔다. 올해 들어서도 그의 이적설은 멈추지 않았고 여름 이적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 윤빛가람이 지난주 제주도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2군으로 떨어졌다. 시즌 준비가 덜 됐다는 코칭스태프 전원의 평가를 받았고 안익수 감독은 이 의견을 존중해 그를 남해 마무리훈련에서 1군에 합류시키지 않았다.
1군 선수들도 윤빛가람을 20일 오후 팬북 제작용 사진 촬영 때에서나 볼 수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윤빛가람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성남 관계자는 "훈련을 하고 있지만 뭔가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안익수 감독도 윤빛가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중이다. 안 감독은 "사실 코칭스태프들의 평가를 보고 놀랐다. 선수단을 1, 2군으로 나눠 보라고 했는데 1군에 윤빛가람의 이름이 없었다. 무슨 의미겠느냐"라고 말했다.
윤빛가람은 2007년 17세 이하(U-17) 청소년대표팀 출신으로 한동안 부상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2010년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경남FC에서 29경기에 나서 9골 7도움을 해내며 실력을 발휘, 신인상을 수상했다.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그는 이듬해에도 32경기에서 8골 7도움으로 2년차 징크스를 날려버렸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2012년 그는 멈춰버렸다. A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안 감독은 "(윤)빛가람이는 자기 만족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런 유형의 선수는 발전하지 않는다. 더 노력해야 한다"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안 감독은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에서 지도했던 '독립투사' 박종우(24, 부산 아이파크) 이야기를 꺼냈다. 미드필더 박종우는 런던 올림픽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청소부 역할을 해내며 홍명보호의 보이지 않는 심장 역할을 해냈다.
그런데 박종우는 일본과 동메달결정전 직후 '독도 세리머니'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동메달 수상이 보류되고 징계 절차가 진행돼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안 감독은 경기장에서만큼은 모든 주변 상황을 잊고 열심히 뛰라고 지시했지만 경기에 전념하지 못하는 등 감독의 마음에 찰 리 없었다.
결국 박종우는 2군에 내려가는 등 홍역을 겪었다. 안 감독은 "올림픽이 끝난 뒤 처음으로 내보낸 경기에서 대충 뛰더라. 곧바로 불러서 '여기가 국가대표냐'라고 혼을 냈다. 곧바로 종우가 '죄송합니다'라며 반성을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워낙 성실하고 자신의 실력에 대한 판단을 냉정하게 잘 하는 선수다보니 회복도 빨랐다. 2군에도 일주일을 머무른 적이 없었다"라며 자신이 원하는 바가 성실하고 꾀를 부리지 않는 선수임을 강조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안 감독은 윤빛가람도 스스로 과거를 지우고 빨리 중심을 잡기를 바랐다. 지금 소속된 성남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소용 없다는 것이 안 감독의 판단이다.
안 감독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지금은 윤빛가람이 2군에 있어도 시즌 시작을 앞두고는 1군에 올라올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럴 일은 없다. 주변의 평가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라며 최선을 다해 자신을 만들지 않으면 1군 합류는 어림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이뉴스24 남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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