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지난 연말 가장 풍성했던 연기대상은 단연 KBS였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시작으로 '적도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각시탈' '학교2013' 'KBS드라마스페셜' 등 다양한 작품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의 장르도 가족물, 학교물, 정통멜로, 사극 등 다양했다.
반면 MBC와 SBS는 초라했다. 몇 안되는 인기작 중 수상자(작)를 선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엿보였다. 결국 연기대상 역시 예상 가능한 수상자가 트로피를 거머쥐며 마무리 됐다.
그런데 2013년 들어서부터 KBS 드라마가 삐걱대고 있다. 수목극 1위로 야심차게 시작한 새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는 동시간대 시청률 3위로 주저앉았고, 루저들을 위한 '희망찬가'인 월화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은 연일 자체최저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방송 관계자들은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스타 캐스팅이 적효했다고 말한다. 월화극 선두를 거머쥔 SBS '야왕'의 권상우와 수애, 수목극 '그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 송혜교는 브라운관 복귀 만으로도 눈길을 끌고 저절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캐스팅임에 분명하다. 여기에 노희경 작가-김규태 PD('그겨울') 등 제작진 역시 막강하다.
반면 KBS는 딱히 내세울 스타커플이 없다는 게 한계다. 급하게 캐스팅된 '광고천재 이태백'의 진구-박하선 커플은 이렇다할 케미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아이리스2'의 장혁-이다해는 이미 궁금할 게 없는 조합이라는 평이다. 장혁-이다해는 '불한당' '추노'에 이어 벌써 세번째 연인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배우 캐스팅에만 돌리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적도의 남자' '각시탈' 등은 톱스타 없이도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리스2'는 2009년 '아이리스'의 화제를 등에 엎고 시작했고, '광고천재 이태백'은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작 뚜껑을 열어본 KBS 드라마는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물론 상도의에 어긋한 동시간대 드라마의 변칙편성도 문제다. '아이리스2'와 첫방송 날짜가 겹쳤던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2회 연속 방송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7급 공무원'은 드라마 제작환경을 선진화 하고 작품으로 승부하기 위해 방송 3사가 합의한 '72분 룰'을 파기했다. 이에 대해 KBS 드라마국 이강현 국장은 최근 열린 '아이리스2' 기자간담회에서 "타사의 상도의 어긋난 변칙편성에 자괴감이 들었다"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편성의 눈치싸움 역시 KBS 미니시리즈 부진의 이유를 모두 설명해주긴 부족하다.
21일 KBS드라마국 이강현 국장은 조이뉴스24와 전화통화에서 "지금 시점에서 섣불리 드라마의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앞으로 드라마의 내용 보완, 홍보전략 강화, 극성 강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광고 천재 이태백'은 초기 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드라마적 부분에 대한 평가는 낮지 않다"라고 분석하며 "새로운 시청층 유입으로 평균 수준의 시청률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아이리스2'에 대해서도 "방송 3사 수목극은 1%포인트 내 시청률 차에 불과하다"며 "'아이리스2'가 5~6회부터 멜로선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순위를 뒤엎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KBS 드라마가 지금의 부진을 훌훌 털고 시청자들과 진정한 소통을 이루기를. 그래서 2013년 연말 연기대상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드라마의 축제'를 누리게 되기를 말이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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