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 포함된 14개팀 감독들은 저마다 할 일이 많다. 팀 전략, 전술 세우기는 기본이고 선수단 관리까지 세세하게 신경써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국내 축구 환경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하는 일에 피곤하더라고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축구와 상관 없어도 인사차 들러서 소주 한 잔 마셔줘야 할 때도 있고 행사에 참석해 박수도 쳐야 한다. 겉으로는 지역사회와 밀착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관중을 한 명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처절한 일이다.
말 그대로 감독 역할에만 충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팀 연고지의 지역 사회와 밀착하지 못하면 시즌 종료 후 지역 여론에 밀려 팀을 떠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해 대전 유상철 감독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남 일화 안익수 감독은 지도자는 말 그대로 지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 아이파크 감독 시절 부산시장과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다. 다른 유관기관 단체장들과도 식사자리를 해보지 않았다. 그런 일들은 구단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자신의 주관을 전했다.
소도시인 전라남도 광양이 연고지인 전남 드래곤즈 하석주 감독은 이에 동의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말 챙겨야 할 곳이 많다. 나 역시 안 감독처럼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입맛을 다셨다.
두 감독의 대조적인 태도는 개인, 또는 지역 정서의 차이일 수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K리그에서는 감독이 감독 자체에 머무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안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 감독들 인터뷰나 기사를 잘 봐라. 감독은 경기와 선수단에만 신경 쓴다. 다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감독이 다른 곳에 신경써야 하는 한국의 경우 선배들이 그렇게 해오셨다. 이제는 우리나 후배들이 그러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선진국형 프로축구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되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일관된 구단 운영도 필요하다. 지난해 경남FC 최진한 감독은 1년 내내 속을 끓였다. 구단 최대 스폰서인 STX 그룹이 글로벌 조선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후원 금액을 줄였고 곧바로 경남은 휘청거렸다.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되는 등 당장이라도 구단이 해체될 분위기였다.
경남 진주 출신인 최 감독은 동창, 선배 등 지역 사회 지인들과 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했고 자신의 안위도 생각해야 하는 어지러운 상황에 놓였다. 구단 프런트와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시즌 종료 후 결제권자인 구단주 공석으로 감독 재계약 여부도 확정되지 않아 불안정한 신분으로 지내야 했다.
그런데 12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도지사가 당선된 뒤 상황이 달라졌다. 경남 구단주가 된 홍 지사는 정력적으로 구단 지원을 약속했다. 지역 기업들의 후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이내 경남 구단은 안정을 찾았다. 김형범 등의 입단식을 도지사실에서 여는 파격도 선보였다. 경남 프런트는 걱정없이 올 시즌 홈 개막전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최 감독은 "확실히 달라진 게 사실이다. 구단주 등이 지역에서 구단 후원을 위해 뛰니 내가 할 일은 선수단과 열심히 훈련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말 마음이 후련하고 편하다"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일관성 있는 구단 운영이다. 최 감독은 "구단주가 바뀌더라도 계속 안정적인 구조를 갖춰야 한다. 사람 한 명에 구단이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며 더 이상 팀이 외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랐다. 감독과 선수단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단은 스폰서 등 재원 마련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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