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은 크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 따라 팀 성적이 달라지곤 한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가 없다. 영입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모기업 POSCO의 재정난으로 구단이 운영비를 줄인 측면도 있지만, 그저 그런 기량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국내 선수들을 성장시켜 조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황선홍 감독의 의지다.
황 감독의 의지와 자존심이라고 하더라도 주변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필요할 때 해결해 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역량이 K리그 클래식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선에도 황선홍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감이 더 넘친다.
2일 K리그 클래식 개막전 FC서울과의 경기가 열리기 전 만난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없어 우려를 보내는 시선에 대해 답변을 내놓았다. 문제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 없이 올 시즌을 치른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없다. 미진한 포지션이 있고 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는 수혈하지 않을 것이다. 미진한 포지션은 국내 선수들을 기용하며 성장시킬 것"이라며 변함없는 의지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의 공백은 국내 공격수로 메운다는 생각이다. 황 감독은 "조찬호, 고무열, 박성호 등 국내 선수들을 성장시킬 것이다. 이동국 김은중과 같이 15골 이상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를 2명 이상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공격수들을 향한 신뢰를 던졌다.
외국인 선수 없이 간다고 확신을 가진 후 황 감독은 포항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황 감독은 선수단을 불러 이렇게 물었다. "불안한가? 기대를 하는가?" 이 질문에 선수들은 "설렌다"라고 대답했다. 황 감독은 "나 역시 설렌다. 발전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 외국인 선수가 없다고 해서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장점을 살려 반드시 좋은 경기를 해낼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말했다.
황 감독의 자존심, 그리고 포항 선수들의 자신감은 말 뿐이 아니었다. 이날 서울과의 개막전에서 포항은 외국인 선수가 없어도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디펜딩 챔피언', 그리고 데얀과 몰리나 등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서울과의 힘든 원정경기였지만 포항은 밀리지 않았다. 대등한 경기,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포항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황 감독의 결정적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불안한가? 기대를 하는가?" 역시나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외국인 선수 없이도 포항의 저력은 빛날 수 있음을 서울전을 통해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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