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축구에 '유럽파 딜레마'는 그 인연의 끈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경쟁력을 인정받아 축구의 대륙 유럽에는 진출했지만 유럽 무대의 벽에 막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으로 진출할 정도로 재능은 있는 선수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스타였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날개를 펴지 못한다. 그래서 '유럽파 딜레마'가 생긴다. 국가대표팀을 선발할 때마다 나오는 고민이다.
선수의 능력은 인정하나 소속팀 경기 결장으로 경기 감각, 몸상태 등에 물음표가 생기게 마련이다.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고 이미 한국에서 검증을 받은 선수이기에 대표팀 경기에 안 쓰기도 아쉽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는데 대표팀 멤버로 쓰기에는 다른 국내선수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골치 아픈 문제다.
한국 축구 스타들의 유럽 진출이 잦아지면서 '유럽파 딜레마'는 더욱 자주 발생했다. 예전 이영표 역시 소속팀에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해 대표팀 제외된 적이 있다. 최근까지도 이런 딜레마는 이어지고 있다. 현 대표팀의 주축 구자철도 볼프스부르크 시절 그랬고, 선덜랜드 시절 지동원도 그랬다. 박주영은 결국 이 딜레마로 인해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동원이 유럽파 딜레마의 한 가운데 있었지만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소속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동원은 유럽파 딜레마에서 당당하게 빠져나왔다.
지동원의 딜레마가 사라져 이제 유럽파 딜레마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역시나 또 다시 비슷한 딜레마가 대표팀을 괴롭히고 있다. 한국축구에 유럽파 딜레마는 운명과 같은 존재인가 보다. 간판 공격수 박주영이 대표 제외됐고, 이번에는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딜레마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 윤석영이다. 올림픽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 윤석영은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0월16일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과의 경기에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윤석영은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이란에 0-1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윤석영이라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후 윤석영은 최강희호에서 갈 길을 잡지 못하고 있던 왼쪽 풀백 자리에 안정감을 주었다. 윤석영은 '제2의 이영표'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표팀에서의 경쟁력도 인정을 받았다. 이제 대표팀 왼쪽 풀백은 윤석영 차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윤석영은 지난 1월말 유럽으로 진출했다. 박지성이 소속돼 있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다. 올림픽에서의 영광, 대표팀에서의 활약, 그리고 유럽 진출까지. 윤석영을 향한 기대감은 급증했다. 진정 이영표의 길을 좇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지금 윤석영은 유럽파 딜레마의 중심에 들어왔다. 윤석영은 QPR로 이적한 후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단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윤석영의 데뷔전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 윤석영의 경기 감각과 컨디션에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
오는 26일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고 있지만 윤석영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다시 한 번 유럽파 딜레마와 싸우는 것을 택했다.
반면 소속팀 셀타 비고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박주영은 제외했다. 공격진에서는 박주영을 대체할 만한 좋은 자원들이 많다. 이동국, 김신욱, 손흥민, 지동원 등 공격자원들은 넘친다. 하지만 풀백 자원은 한계가 있다. 마땅한 주전감도 없다. 최 감독이 윤석영을 선발하고 다시 유럽파 딜레마와 싸우려는 이유다.
최 감독은 "수비는 대표팀 소집할 때마다 항상 고민이 가장 많다. 왼쪽 풀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차피 지금은 선택을 해야 하고 그동안 검증된 선수들로 꾸려나갈 것"이라며 윤석영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윤석영은 이 딜레마를 풀어낼 수 있을까. 소속팀 경기 결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축구, 최강희호, 월드컵 최종예선의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