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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 디카프리오 "고통은 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하다"(종합)


[권혜림기자] 늦었다면 꽤나 늦은 내한이다. 무려 17년 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이듬해 개봉한 '타이타닉'을 통해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 개봉을 앞두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길버트 그레이프'(1993년)의 소년에서 '토탈 이클립스'(1995년)의 천재 시인 랭보로 변신했던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의 로미오, '타이타닉'의 잭으로 분하며 청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2002년작 '갱스 오브 뉴욕'과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4년작 '에비에이터', 2006년작 '디파티드', 2010년작 '인셉션' 등의 영화들은 이후 디카프리오의 배우로서의 행보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필모그라피다. 청춘 스타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출중한 '배우'로 성장한 그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주는 역사다.

7일 서울 논현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의 주연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그는 남다른 언변으로 '장고'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수 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한편, '장고'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인상과 사회 활동에 대한 소신있는 입장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평소 한국에 친근감을 갖게 된 성장 환경에 대해서는 물론, 회견장을 들어서고 나설 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 취재진들의 얼굴에 미소를 안기기도 했다.

한국어 인사부터 영화에 대한 무한 애정까지

디카프리오는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 자리에 앉자마자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지난 6일 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면 어젯밤에 한국에 와서 호텔 밖에 아직 나가지 못했다"며 "회견이 끝나고 나가서 관광을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의)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흥분한 상태"라고 들뜬 마음을 알렸다. 디카프리오는 "('장고'가) 미국에선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며 "이런 기회를 주시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소 불고기와 김치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미국 LA의 한국 동네에서 자라 한국 친구들도 많다"고 밝혀 시선을 모았다. 이어 "오늘 한국 팬 여러분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며 "공항에 마중을 나와준 팬들의 환대도 감사하다. 한국을 방문해 이런 경험을 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알렸다.

디카프리오는 평소 한국 영화에 관심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언급하며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굉장히 혁명적인 영화"라고 극찬해 눈길을 모았다.

그에게 '올드보이'를 권한 인물은 세계적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였다.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가 '올드보이'를 볼 것을 권했다"며 "그는 박찬욱 감독을 가리켜 '굉장한 천재'라고 표현했다"고도 전했다.

20년 간 연기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디카프리오는 1993년작 '이 소년의 삶'을 언급했다. 그는 "처음으로 갖게 된 좋은 기회는 로버트 드 니로와 출연한 디스 보이즈 라이프'(This Boys Life)'였다"며 "당시 속성으로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16세 때 1년 간 굉장히 영화를 많이 봤다"고 돌이켰다.

그는 "그러면서 되고 싶은 배우상을 생각했고 업계에서 자라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기억에 남는 명언은 '고통은 한 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는 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걸작을 남길 수 있다"며 "영화는 현재 존재하는 예술 중 가장 위대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세상 만사를 잊고 영화와 캐릭터에 몰입한다"며 "할수 있는 한 최고의 감독 배우들과 일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디카프리오가 말하는 두 감독, 타란티노와 스콜세지

이날 디카프리오는 "타란티노라는 대단한 감독과 일하게 돼 좋았다"며 "그는 언제나 영화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감독"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장고'에서 디카프리오는 극 중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 부호 캔디로 분했다. 부를 위해서라면 무차별적 살인이나 노예 거래도 게임처럼 여기는 인물이다. 연기 인생 최초로 악역에 도전한 디카프리오는 섹시함과 악랄함, 천진난만함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그는 영화가 말하는 당대 인종 차별 문제의 진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인종 차별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미국의 정신과 반대되는 법안"이라며 "타란티노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당대를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타란티노가 아니라면 만들기 힘들었을 영화"라고 '장고' 촬영 당시를 떠올린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에 참여한 것, 당시 잘못된 모든 모습을 대변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알렸다. 이어 "어려웠지만 재밌었다. 다른 배우들과 연기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디카프리오는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쓴 '장고'의 흥행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덕이라고도 말했다. '장고'는 지난 2012년 12월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개봉,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3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을 뛰어넘고 타란티노 감독 최고 흥행작이 됐다.

디카프리오는 "(영화의 흥행은) 타란티노 덕분"이라며 "물론 출연진도 좋았다"고 입을 연 뒤 "박스오피스 성적이 가장 좋은 서부 영화가 아닐까 한다. 타란티노처럼 독특한 재능을 지닌 감독은 천천히 팬층을 만들어 간다. 이런 감독을 존중해야 한다"고 감독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냈다.

타란티노를 가리켜 "다양한 시도로 전 세계에 팬을 만든 감독"이라 설명한 디카프리오는 "그는 세계 관객들과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 안다"며 "그래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잘 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디카프리오는 그간 세계적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와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시너지를 발휘해왔다. 디카프리오는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연출을 마틴 스콜세지에게 맡겼고 직접 주연 배우로도 이름을 올린다. 두 사람은 앞서 '셔터 아일랜드'와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등에서도 손발을 맞췄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디카프리오는 "8년에 걸쳐 개발하고 각본 쓴 뒤 다른 감독에게 맡긴 것이 두 작품이 있는데, 둘 다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을 했다"며 "'에비에이터'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가 그렇다"고 돌이켰다. 이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장고'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스콜세지 감독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두 감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마틴 스콜세지는 뉴욕에서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많이 보며 자라 영화사를 꿰고 있는 인물"이라며 "그는 훌륭한 감독일 뿐 아니라 영화 자체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타란티노 감독은 B급 영화를 섭렵한 감독"이라며 "두 사람을 한데 섞으면 영화사를 쓸 수 있을 정도다. 방대한 지식뿐 아니라 배우들과 일하는 면에 있어서도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는 타란티노 감독과 다시 일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둘은 미국이 자랑하는 대단한 감독들"이라고 덧붙였다.

"노예 학대 연기, 제이미 폭스, 사무엘 L. 잭슨의 격려 있었다"

'장고'는 아내를 구해야만 하는 남자 장고(제이미 폭스 분)와 목적을 위해 그를 돕는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 분), 그리고 그의 표적이 된 악랄한 대부호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벌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을 그린다.

디카프리오는 함께 연기한 제이미 폭스와 사무엘 L.잭슨을 언급하며 "그들의 응원 덕에 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존경하는 배우들을 이렇게(심하게) 대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다"며 "사무엘 L. 잭슨과 제이미 폭스의 지지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이 두 사람은 제가 끝장을 보지 않으면 당시 참상을 진실로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된다고 독려했다. 당시 흑인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며 "처음엔 망설였지만 두 배우의 응원을 받으며 어려운 주제의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디카프리오는 "끝장으로 밀어붙이며 당시 상황을 말했다"며 "사실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실제는 더 참혹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계획 없다…쉬면서 환경 운동에 매진할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디카프리오는 지난 1월 불거졌던 자신의 은퇴설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그는 "은퇴 계획은 전혀 없다"며 "독일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2년 간 세 편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해서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와전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재 실제로 쉬고 있다"며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최근 태국 수상과 면담을 통해 상아 수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그는 "(상아 관련 상품 탓에)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며 "상아 문제에 대해 태국 수상과 긍정적으로 대화했고 곧 답변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디카프리오는 환경 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온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일로 인터넷이 얼마나 큰 지, 세계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며 "환경 운동 기금 마련 운동도 계속할 것"이라고 계획을 알렸다.

이어 그는 "더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을 할 것"이라며 "지난 10년 간 지구는 많이 파괴됐고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도 많다. 우리가 열심히 할 일도 많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디카프리오는 7일 오후 6시30분 서울 영등포에서 열리는 '장고'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해 처음으로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난다.

'장고'는 제8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크리스토퍼 왈츠 분)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오는 21일 국내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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