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이번에도 자신과의 싸움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23)와 일본의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23)는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비록 성인 무대에서는 김연아가 아사다를 기록 면에서 압도해 경쟁자 중 한 명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둘은 빙판에 서는 한 늘 마주칠 수밖에 없는 숙명의 관계다.
아사다는 지난달 9∼1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74.49)과 프리스케이팅(130.96점)에서 올 시즌 최고점(205.45)으로 우승했다.
이는 김연아가 지난해 12월 복귀 무대인 독일 NRW 트로피 대회에서 기록한 시즌 최고점(201.61점)을 3.84점 뛰어 넘는 것이다. 자신의 장기이자 성공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힘든 트리플 악셀을 앞세웠지만 아사다가 김연아를 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2008년 세계선수권을 아사다가 가져가자 2009년 세계선수권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정상에 우뚝 섰다. 올림픽 금메달로 의욕이 다소 떨어진 2010 세계선수권에서는 아사다가 다시 정상에 올랐다.
공백기 후 김연아가 다시 복귀함으로써 2013 세계선수권에서 맞대결이 불가피해진 아사다는 훈련량을 늘리며 트리플 악셀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1년 8개월의 공백을 깬 김연아를 상대하기에는 역시 확실한 무기가 필요한 셈이다. 아사다는 점프 실수가 여전해 11일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깔끔한 연기로 김연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캐나다로 출국하기 직전 취재진과 만난 김연아는 아사다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현역 복귀 연장을 선언했을 때 특정 선수와의 겨루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고 부담없이 하려고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수없이 정상을 오르며 피겨 여제가 된 김연아에게 특정 대상과의 비교는 이제 무의미한 것이다. 주변에서 아사다와의 비교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김연아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피해갈 수 없는 것이지 않느냐"라며 정신적으로 큰 압박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신의 새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뱀파이어의 키스'(쇼트프로그램)와 '레 미제라블'(프리스케이팅)을 다시 연기한다. 이전 두 차례 대회에서는 다소 긴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나섰던 터라 자신의 연기에 스스로도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체력 훈련과 세부 기술을 가다듬은 김연아였다. 그는 "스텝이나 스핀은 화전부를 채우지 못하면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신경 썼다. 방심이 레벨을 떨어트린다"라며 또 한 번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와의 비교도 원하지 않았다. 당시 김연아는 228.56점의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완벽한 연기였다. 김연아는 "지금은 너무 많이 힘들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라고 말했다. 정상을 정복해 이룰 것이 없는 고독한 길을 다시 걸어야 하는 고충을 어떻게든 견뎌보겠다는 것이 김연아의 생각이다.
한편, 김연아는 오는 15일 오전 0시 30분 쇼트프로그램, 17일 오전 9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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