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A대표팀에서 '손흥민(함부르크)의 딜레마'는 더 이상 없다.
손흥민은 소속팀 함부르크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졌다. 손흥민의 폭발력을 알기에 쓰지 않을 수도 없고, 손흥민이 대표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어 마음놓고 쓸 수도 없었다. 바로 '손흥민 딜레마'였다.
그래서 그동안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 딜레마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고민이 드디어 해결됐다. 손흥민의 딜레마가 드디어 풀린 것이다.
손흥민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5분 교체 투입된 손흥민. 그야말로 '10분의 기적'이었다. 손흥민의 진가를 확인시킨 골이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더 이상 대표팀에서의 딜레마는 없다고 공표했다. 경기 후 만난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 부진이라는 말이 많아 위축됐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골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대표팀에서도 더 잘 훈련할 수 있게 됐다. 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자신을 따라다니던 딜레마를 극복해냈음을 알렸다.
최강희 감독도 웃었다. 최 감독은 "손흥민을 후반에 준비시켰다. 짧은 시간에 손흥민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손흥민 딜레마를 뿌리쳤음에 흡족해했다.
이번 카타르전에서 한국대표팀은 손흥민 딜레마를 풀어냈다는 결실을 얻었다. 그리고 값진 결실 하나가 더 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인해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 현대)의 묵직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는 것이다. 이동국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이동국의 가치는 다시 한 번 환한 빛을 발했다.
전반, 한국 공격은 무기력했다. 위력적인 슈팅 하나 없었다. 선수들은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카타르의 질식수비에 꽁꽁 묶였다. 그래서 최 감독은 후반에 승부수를 던졌고 그 카드는 다름 아닌 이동국 교체 투입이었다.
후반 7분 이동국은 지동원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섰고, 한국의 공격 흐름은 바로 달라졌다. 경기 흐름을 바꾼 이가 바로 이동국이었다. 무기력했던 공격력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10분 기성용의 프리킥에 이은 이동국의 헤딩 슈팅이 시발점이었다.
제모습을 찾은 한국의 공격력은 파상공세를 펼쳤고 후반 14분 드디어 기다리던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골의 주인공은 이근호였다. 그리고 이동국이라는 숨은 조역도 있었다. 박원재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올라오자 카타르 수비진은 이동국과 김신욱에게 몰렸다. 덕분에 자유로웠던 이근호가 멋진 헤딩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국이 이근호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데 큰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리고 손흥민의 결승골. 이동국이 만들어 준 것이다. 이동국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손흥민이 달려들어 골을 넣었다. 이동국의 슛은 골키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이었다.
손흥민 역시 "(이)동국이 형 슈팅이 좋았다. 사실상 동국이 형 골이다. 나는 동국이 형이 다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며 이동국의 클래스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흥민의 딜레마도 결국 이동국이 풀어준 셈이다.
경기 후 이동국은 "이겼으면 됐다"고 말했다. 선발로 나서지 못해도, 골을 넣지 못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한국이 승리하고 팀이 함께 웃었으면 된 것이다. 클래스가 느껴지는 한 마디다.
이번 카타르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많은 것을 얻었다. '승점 3점'을 얻었다. 월드컵 본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얻었다. 손흥민의 '자신감'도 얻었다. 그리고 이동국의 '건재함'을 얻었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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