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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여건욱, 추락하던 SK 살렸다


[김형태기자] 개막 3연패 늪에 빠진 SK를 무명의 여건욱이 살려냈다. 여건욱은 3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 6이닝 동안 제구 난조로 볼넷 6개를 허용하며 고전했으나 피안타를 1개로 억제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SK가 4-1로 이기면서 여건욱은 2009년 프로 입단 후 첫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여건욱은 공 99개를 던져 삼진 5개를 솎아냈다. 직구 53개, 커브 15개, 슬라이더 28개, 포크볼 3개를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 147㎞까지 찍었다.

전날까지 3연승과 3연패 팀간 대결. 올해 연봉 5억원(두산 김선우)과 최저연봉(2천400만원)의 선발 맞대결.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무게 중심은 두산 쪽으로 다소 기운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여건욱의 패기가 잠자던 '비룡'을 깨웠다.

이날 여건욱은 전날까지 3경기서 35안타 23득점한 두산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회피하지 않았다. 초반 대량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고비를 잘 넘은 결과 소속팀의 연패를 자신의 손으로 끊을 수 있었다.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거쳐 지난 2009년 2차 5라운드 40순위로 SK에 입단한 여건욱은 그해 2경기 1.2이닝에 구원 등판,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40만을 기록했다. 이후 경찰청에 입대한 뒤 지난해 복귀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눈에 띄게 기량이 발전해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끌었고, 개막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됐다.

1회가 가장 큰 고비였다. 초반 극심한 제구 난조로 대량 실점 위기에 빠졌다. 이종욱, 정수빈, 김현수로 이어지는 두산 상위타자 3명을 모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김동주와 홍성흔이 그 다음 타자들이었다. 하지만 여건욱은 기죽지 않았다.

김동주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해 홈에서 3루주자 이종욱을 잡은 뒤 홍성흔 마저 1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홍성흔의 타구를 잡은 SK 1루수 한동민은 지체없이 포수 조인성에게 송구해 홈으로 쇄도하던 정수빈을 아웃처리했다. 이어 조인성은 스타트가 늦은 홍성흔을 직접 태그해 병살타로 연결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비가 끝났다.

큰 고비를 넘긴 여건욱은 한결 안정된 피칭을 펼쳤다. 2회 1사 뒤 허경민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2루를 훔치던 허경민이 포수 조인성의 정확한 송구에 횡사했다. 양의지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에는 손시헌을 삼진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두 차례 실점 위기를 넘기자 시원하고 깔끔한 투구가 이어졌다. 3회 불같은 직구를 앞세워 이종욱, 정수빈, 김현수를 모두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더니 4회에는 김동주와 오재원을 삼진처리하는 등 또 다시 삼자범퇴로 두산 타선을 잡아냈다. 5회 역시 삼진 1개를 곁들여 3타자를 손쉽게 요리했다.

SK가 6회초 한동민의 2타점 우전 적시타와 박재상의 희생플라이로 3점을 얻으면서 여건욱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자 그는 6회말 한 번 더 고비를 맞았다. 선두 이종욱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정수빈을 1루 땅볼, 김현수를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이후 김동주를 또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 상황은 2사 1,2루. 하지만 마지막 실점 위기에서 홍성흔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이날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여건욱은 경기 뒤 "초반 직구 제구가 잘 안돼서 힘들었다. 그 때 조인성 선배가 직구 대신 슬라이더로 바꿔 주문한 게 잘 맞아떨어졌다. 첫 승이어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 팀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꼭 되고 싶다"고 말했다.

SK는 7회 이명기의 적시타로 1점을 얹은 뒤 불펜진을 가동, 두산의 9회말 마지막 반격을 1점으로 막고 3점차 승리를 품에 안았다. 두산 선발 김선우는 6이닝 4안타 3실점 퀄리티스타트에도 불구하고 활화산 같던 두산 타선이 갑자기 식어버린 탓에 패전투수가 됐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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