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과연 도깨비 타선 때문인가.'
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 독특한 팀컬러를 선보였다. 약팀에는 약했던 반면 강팀에는 유독 강했다. 하위권 팀들에게 어이 없이 패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을 상대로는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 두산은 지난해 승률 5할2푼3리(68승62패3무)로 3위를 차지했다.
5할 승률에 +6승한 두산은 이 가운데 +5승을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에게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3팀(삼성, SK, 롯데)을 상대로 모두 +7승했다. 반면 하위 4팀을 상대로는 합계 -1승에 그쳤다. 강팀들로부터 벌어들인 승수를 하위팀들을 상대로 까먹은 것이다. 무엇보다 잠실 라이벌 LG에게 7승12패로 물린 게 가장 큰 타격이었다.
강팀에 강한 두산의 패턴은 올해에도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현재 두산의 성적은 승률 6할2푼5리(5승3패). 5승 가운데 4승을 삼성, SK와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KIA를 상대로 거뒀다. 특히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삼성과는 지난달 30∼31일 대구 개막 2연전서 맞붙어 모두 승리하더니 9일 광주 KIA전에선 홈런 4개를 앞세워 KIA의 6연승을 저지했다.
올 시즌 두산은 SK에 1승2패, LG와는 1승1패를 기록했을 뿐 강력한 우승후보인 삼성, KIA와는 3번 맞붙어 모두 승리한 것이다. 승리한 경기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모두가 활화산 같은 타격을 앞세워 거둔 완승이었다. 3경기 스코어의 합계는 무려 27-11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서 나온 오재원, 김현수의 만루홈런 포함 모두 6개의 대포를 이 두 팀과의 경기에서 쏘아올렸다. 덕분에 두산은 10일 현재 팀홈런 9개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지난해 59개로 LG와 함께 이 부문 공동 꼴찌였던 것과 180도 달라졌다.
의의외 홈런포가 강팀과의 경기에서 집중됐고, 그 결과 초반 쉽지 않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도깨비 타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 특히 전날 KIA전에선 4-2로 앞서다 7회말 투수진의 난조로 리드를 날렸지만 곧바로 이어진 8회초 봇물처럼 터진 '홈런쇼'에 힘입어 11-4로 대승했다.
8회에만 양의지, 고영민, 민병헌이 모두 타구를 좌측 외야 관중석으로 날렸다. 고영민의 타구는 경기장을 완전히 넘어가는 장외홈런이었다. 2회 선제 3점홈런을 날린 이종욱까지, 홈런을 기대하지 않은 선수들이 의외의 한 방을 약속이나 한 듯 터뜨렸다. 이들 4명의 지난 시즌 홈런수는 모두 8개에 불과했다.
두산은 11일까지 광주에서 KIA와 3연전을 마친 뒤 곧바로 잠실로 이동, 단독 2위 롯데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줄줄이 이어지는 상위권 팀들과의 남은 일정에서도 '강팀 킬러'의 위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관건은 초반 달아오른 방망이가 언제까지 터져줄 지에 달렸다. 최근 불같은 타격이 '플루크(fluke-요행)'에 불과한 것인지, 지난 겨울 내내 고심했던 타선 강화 방안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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